테마를 정해서 잘못된 또는 잘 모르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템에 꽂히게 된 계기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꽤 명확했다. 중남미 국가에서 한국 문화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인구도 워낙 많은 데다가 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콘텐츠 제작자였다. 솔직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좀 단순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당시에 뉴스레터에 꽂혀 있을 때라 여러 콘텐츠 중에서 뉴스레터를 선택했고, 국내에는 퀄리티 높은 뉴스레터로 유료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에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설렜다. 친구 2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한 명은 나와 함께 콘텐츠를 써줄 한국인 친구, 그리고 또 한 명은 나의 번역을 검수해 줄 스페인 친구였다. 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작성하고 모든 과정을 총괄하면서 마케팅까지 하게 되었다. 가볍게 시작한 걸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름 회사 로고에 이메일까지 만들고 꽤 본격적이었다.
본업이 마케터였던지라 홍보는 자신 있었다. 콘텐츠를 발행하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구독자 천 명을 달성했다. 그 뒤로도 승승장구했고, 유료 구독자 전환율과 예상 수익을 계산하면서 열심히 콘텐츠를 발행하고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구독자 수는 잘 늘어나는 데에 반해 유료 구독자 전환이 전혀 되질 않았다. 체험판에 뭐에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을 여러 가지 써봤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고,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내가 절대 지분을 가진 대표였기 때문에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전부 끌어다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점점 자금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홍보와 단체톡방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중남미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난 몇 억 명의 중남미 사람들 중에 극히 일부만 만난 것이었기 때문에 절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1. 인스타그램에 무료 서비스라고 아무리 대문짝만 하게 써놓고 사진에 도배를 해놓아도 무료냐는 댓글이 달리고, 심지어 그 댓글에 무료라고 대답을 해주었음에도 또 다른 사람들이 계속 무료냐고 묻는 댓글을 단다. 즉,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질문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댓글을 본다거나 본문을 읽는다거나 하는 등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댓글이 10갠데 전부 '무료입니까?', '네'만 5세트였던 적도 있다. (진심으로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2. 사람들이 콘텐츠에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단체방에서 유튜브 불법 다운로드 mp4 파일이 판치는 것은 일상 다반사였다. 십수 년 전의 저작권 개념이 부족하던 한국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례로 독자 중에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한글 강의에 대한 수요가 폭주해서, 직접 한글 강의를 연구하여 제작했고, 2달러 정도에 판매를 했었다. 그런데 단 1명도 구매하지 않았고, 그때부터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한글 강의를 요구하지 않았다. 또, 단체톡방에서 주 3회 퀴즈 콘텐츠를 제공했었는데 'Hola의 뜻은 안녕하세요이다'라는 OX 퀴즈를 일주일 내내 반복해도 매번 틀렸다. (배우고 싶다는 말이나 의지는 있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이나 돈을 투자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이 두 가지가 우리를 지치게 한 가장 큰 이유였고 한계가 많이 느껴졌다. 환율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고 콘텐츠에 대한 인식도 너무 달라서 '지금까지 이걸 왜 아무도 안 했지?'는 순식간에 '지금까지 아무도 안 한 이유가 있었구나'로 바뀌었다. 이걸로 밥벌이가 가능한 정도가 되면 스페인에서 굳이 일을 찾지 않아도 되겠다고 잔뜩 꿈에 부풀었던 청년은 어느새 모아둔 돈도 전부 까먹은 가난한 청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실패 경험을 돈으로 샀다고 생각한다. 이걸 이렇게 진심으로 다해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고 후회가 되었을 거다.
막학기는 취업계를 써야 했는데 사업에 몰두하느라 방학을 통으로 날리고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그렇게 속도를 내서 회사를 찾아다니던 어느 날 귀사(貴社)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