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한해달 Sep 11. 2020

씨앗 여든. Dinamite

온 세상이 다이너마이트

방구석 이모팬 댜나나나나


4년 전, 흙물 같은 회사 커피에 큰 상처를 입고

먹먹한 가슴과 퀭한 눈으로 막차 시간을 확인하던 22시경.


오랜만에 '라인'이 요동을 쳤다.

'엥? 카카오톡도 아니고 웬일로 라인?'


그곳에는 유학 시절 만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모여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암호와도 같은 용어들이 늘어선 대화창에서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간다.


"오랜만."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질문이 밀려들었다.


"태태가 말야...", "물이 상징하는 건...",

"쿠기 막내?", "한국 나이 어떻게 세더라?",

"지민 내 바이어스.", "난 바이어스가 일곱이야."

"Save me를 거꾸로 보면 I'm fine이."


얼추 방탄소년단 이야기인 것은 눈치챘지만

태태는 뭐고 쿠기는 무엇이며, 왜 save me를

거꾸로 본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머글 확정이군.'


그 날부터 나는 성실한 소녀팬의 마음으로

방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 똑같아 보였던 얼굴이 구분되기 시작할 무렵

유려한 춤선을 가진 멤버가 내 BIAS로 확정되었다.

방탄의 노래를 한 곡 한 곡 들으며 중독성 있는 곡과

격렬한 춤만이 전부인 보이밴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난, 고립, 가정폭력 등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들추어내는 캐릭터 설정과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 뮤직비디오.


고유의 언어를 가진 작은 국가 출신의 보이밴드가

세계로 뻗어나가기까지의 과정들.


사람들이 왜 방탄에 열광하는지 이해했을 무렵

나 역시도 그들의 팬이 되고 말았다.


"박 대리, 난 남준이가 멋있더라."

정년퇴임을 앞두신 처장님께서 방탄소년단을

응원하기 시작하셨을 때,


"아, 이제 이 아이들은 모든 걸 다 뛰어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때쯤부터는 무거운 메시지들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곡들로 더 다수의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길.

그들 자신도 행복하게 일하길 바랐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여 부담은 더 커졌겠지만

가장 최근 곡인 Dinamite가 나의 그러한 바람을

잘 담아낸 것 같아 뿌듯하다.


방구석 이모팬에게 이런 큰 영감을 주는 일곱

젊은이들이 앞으로 더욱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댜나나나나를 흥얼거리며 이제, 또, 출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씨앗 일흔아홉. 꽃 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