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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셋. 지다
지는 꽃은 아름답다
by
선량한해달
Apr 25. 2019
「어린 나를 만나다」
추억의 장소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도덴아라카와선 종착역인 와세다 역에서 도보 1분.
도쿄 유일의 노면전차가 지나는 칸다 강변의 꽃길은
소박하고 낭만적인 꽃놀이 장소다.
유타카교부터 순서대로 나카노, 미시마, 오모카게,
아케보노교를 지나는 약 700m 구간의 꽃나라는
모든 시름을 잊게 한다.
집과 학교만 오가며 all A를 기록했던 독한 한국인.
그런 나도 스미다 강변을 수놓은
어
마어마한 양의
벚꽃 속에서는 마음이 유연해졌었다.
4월 2일, 이번 주가 만개라는 소식을 듣고
무엇에 홀린 듯 다음 날 항공권을 구매했다.
밤을 지새우고 새벽 비행기로 도착한 와세다에서
이제는 박사가 된 이집트 친구를 만나 꽃길을 걸었다.
280엔짜리 도시락을 까먹으며 시험 걱정을 늘어놓던
벤치는 사라졌지만 꽃도, 나무도, 소박한 다리들도 그대로.
옛 친구와 한 시간 가량 꽃 속을 걸으며,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나만 변한 것 같아
이따금씩 심장의 무게가 느껴졌다.
지는 모습조차 아름다워 애잔한 그곳,
10년 전의 내 한숨과 눈물이 서린 그곳에서
어린 나를 만나 말했다.
잘했다. 고생했다.
넌
전
공도 살릴 거고, 직업적 목표도 이룰 거야.
'서른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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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과정 속에 생각을 담다.' 다양한 울타리 안에서 방황하며 머물다 갈 사람, 감성 담은 글과 그림을 연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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