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서른. 내 영웅, 아버지

영웅의 낮잠

by 선량한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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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오후」


휴직 후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1일 계획표를 작성하며 살았다.


그런 나에게 지친 어느 날.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고 정오가 한참 지나 눈을 떴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와 삶의 아름다움, 약간의 죄책감.

적당히 좋은 기분으로 내 방을 벗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 평화로운 낮잠이다.'

나는 생전 처음 아버지의 낮잠을 보았다.


아버지는 퇴직 후 훨씬 가정적으로 변하셨는데

바쁜 아버지만 봐온 나에게 이 변화는 참으로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산책, 요리, 장보기, 썰렁한 농담을 즐기시는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에서 인간미와 행복과 사랑을 느낀다.


한창 일 할 나이에 휴직이라는 아픈 시간을 보내며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도전을 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휴직 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제 늦게까지 그림을 그린 것에

제대로 늦잠을 자고 이 시간에 일어난 것에

일을 멈춰야 할 정도로 몸이 아파 집에 있는 것에

그래서 아버지의 평화로운 낮잠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나여서, 아버지여서, 우리가 가족이어서.

우리 가족 네 사람 모두가,

있는 그대로여서 참 다행이다.



...내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한가득 씨앗 담아 이 곳에 뿌리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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