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서른하나. 작은 화면 안의 큰 세상

어머, 나 고3인 줄

by 선량한해달

「딸, 어깨 좀 펴」


아무도 시킨 적 없건만 한 달이 넘게 1일 1드로잉을

실천하고 있다.


소재 고갈과 아픈 어깨로 고민하며 꾸역꾸역 획을

더해가는 내 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딸, 이거 봐. 어깨 좀 펴."

"오, 엄마 나 고3 같은데?"


잔뜩 웅크린 어깨와 머리를 감싼 손이 애처로운

어딘가 낯선 뒷모습이 말을 걸어온다.


'너도 참 가지가지하느라 고생이다.'


정말 그렇다.

글과 그림에 재미가 붙어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특히 그림을 그릴 때는 온몸의 근육이

긴장한다.

작은 핸드폰 화면이 캔버스를 대신하다 보니

한껏 웅크린 자세로 힘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시절 나를 괴롭혔던 근육통이 찾아왔지만

내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여

바보스럽게도 약간의 뿌듯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적나라한 내 뒷모습을 보니 틈틈이 어깨를 펴고

맨손 체조라도 해야겠다 싶다.


온 힘을 기울이고 싶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가 뒤따라야 한다.


더 좋은 그림을 그리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템포를 늦추고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어깨를 펴고, 건강하게. 계속.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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