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마흔하나. 오래된 연인
아니 왜 거기에 빵을 넣고 그래
「40년 차 연인의 일상」
"아니 왜 거기에 빵을 먼저 넣고 그래. 빨리 꺼내요!"
"하."
묵직하게 터져 나오는 짧은 한숨과 함께 장바구니
바닥에 깔려있던 생크림카스테라가 구조되어
바깥공기를 마신다.
우유 세 통을 나란히 뉘어 장바구니 안에 안정적인
바닥을 만드는 아빠의 익숙한 손놀림이
댓돌을 다지는 석공 같다.
장을 보고 난 후에 높은 확률로 벌어지는 이 소소한 다툼은 딸의 입장에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왜 매번 저렇게 까다로운지,
아빠는 또 왜 매번 연한 음식을 밑바닥에 담는지.
가까스로 살아난 생크림카스테라를 한 손에 든 엄마와
장바구니를 재정비하는 아빠의 일상 다툼을 바라보며
제삼자는 오늘도 흐뭇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
'저게 바로 40년 차 연인의 풋풋함이지.'
어서 카트를 반납하지 않으면 엄마의 쓴소리가 나를
향할 테니 나도 이제 그만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