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쉰일곱. 제복을 입다

스카프가 내 손에 닿으면

by 선량한해달

「마법의 매개체」


소속감과 자부심, 사명의식.

제복이 만들어주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있다.


돌아보면 제복을 입고 근무하던 시절에는

불만이 참 많았다.


활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과 적합하지 않은 소재.

밝은 색상과 주머니의 부재.

돌려 입기 부족한 수량.


하루의 전투복이자 근무복인 승무원의 제복은 대부분

현직자들의 목을 조이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며,

더 나아가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제 나는 제복을 벗었지만 어머니가 가지런히 다려놓은

내 제복은 여전히 옷장 한 칸을 차지한다.


그 시절 내 몸과 마음을 옥죄었던 제복에는

땀과 눈물과 추억이 배어있다.


영문모를 상황에 식은땀 흘렸던 아찔함도,

영문모를 험한 말에 산산조각 났던 마음도,

영문모를 감사에 흘러내렸던 감동의 눈물도.

모두 내 스카프에, 옷소매에, 명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따금씩 제복 입은 이들을 볼 때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문득문득 눈에 들어오는 나의 제복은 많은 기억과

감정들과 함께 내 방 옷장에서 잠자고 있고,


나는 이따금씩 벗어놓은 내 제복을 통해

그날의 나를 만난다. 이야기를 한다.


괜찮다고, 행복하라고.

내가 다 안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씨앗 쉰여섯. 상상 속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