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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마흔넷. 펜촉
떠나보내는 마음
by
선량한해달
Jun 7. 2019
「잘 가.」
'어? 여기 왜 점선이지?'
땀과 유분이 얼룩지면 선이 밀린다.
그런 일이 생기면 화면을 알코올 솜으로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을 쐬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선이 밀리다 못해
끊어지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펜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채기 전
하루 정도 나는 내 손을 의심했다.
짧은 기간 사이에 그린 그림의 양을 생각해보면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펜을 들여다보니 펜촉이 한쪽으로 많이 눌려있다.
'디지털 펜도 닳는구나….'
급히 새 펜을 주문하고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다가
처음 그린 그림을 발견했다.
두 그림 모두 나를 그린 자화상이었는데
고개 숙인 나와 바다를 바라보는 내가
거친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너 그림 많이 늘었더라. 그리고 많이 변했어."
친구의 그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 첫 그림에는 거칠고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이 작은 펜이 온몸으로 내 감정을 받아내느라
고생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비록 선은 끊어지지만 내 손에 익숙한
촉 눌린 첫 펜을 당분간 같이 사용하려 한다.
떠나보내는 마음에도 정리가 필요
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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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과정 속에 생각을 담다.' 다양한 울타리 안에서 방황하며 머물다 갈 사람, 감성 담은 글과 그림을 연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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