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solo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또 전활 걸며 웃고 있나 봐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참 신기한 일이야 이럴 수도 있군
너의 목소리도 모두 다 잊어버렸는데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Bye bye~~
참 좋아했던 밴드 롤러코스터의 '습관'이다.
도입에서 째깍째깍 시계 초침 같은 드럼 소리는,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는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듯하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습관처럼 제자리만 맴도는 자신의 바보 같은 모습을 자조적으로 읊조리는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존재. 길들여진 일상. 사랑을 끝내지 못한 미련쟁이의 습관,
아무도 듣지 못할 말, 그때 못했던 말ㅡ
사랑해.
사랑이란 그런 거지.
게다가, 인디밴드다운 세션의 소리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헤드셋으로 크게 듣고 있으면,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듣는 기분이 든다. 담백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나이브한 드럼 심벌소리, 전반에 깔려있는 베이스 기타 선율 그리고 남자 코러스(바로 이상순 님).
어린 시절, 센티한 날엔 아직 있지도 않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들었었다.
남편은 이해 못 하는 나의 유일한 본방사수 TV프로.
남의 연애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나는 Solo'.
이번 기수까지만, 이번 주까지만 하며 '안녕, 이젠 너를 보내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
40대의 아줌마가 즐기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나는 Solo, 솔로 솔로~.
세상은 급변하고, 사람들은 자기만을 사랑하느라 서로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간다.
사회 곳곳엔 분노가 쌓여가고, 사랑은 이제 유치하거나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 말이 과장이길, 간절히 바란다.
내가 20대였던 시절에는 '썸'이라는 것은 없었다.
물론 그것을 대놓고 관계적 측면에서 정의하지 않았을 뿐 미묘한 과정은 있었겠지.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그런 노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썸이라는 공공연하고 합법적인 관계가 생겨 연인들은 마음 놓고 무책임할 수 있게 되었다. 썸과 연애의 큰 차이가 책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결혼이 아닌 이상), 연애시작보다 더 가벼운 것이 썸이므로 나는 그렇다 생각한다.
썸을 타는 동안은 서로가 주고받는 진심과 마음 그리고 그 이상까지도 한순간에 썸이 끝나면 서로 쿨하게 원망 없이 책임지지 않는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썸이라고 한다지만, 어떨 때는 이미 시작된 연인이고 때론 오래된 연인 같기도 하면서 말이다.
남녀 사이에는, 그만큼 책임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이 생겨버린 것 같다.
라떼를 소환하자면, 우리 때만 해도 남자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일생일대의 용기와 진심을 다해 표현했다. 그 모습이 참 멋있었다. 그래서 비록 듣기 싫은 말이긴 했지만,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여자들도 처음엔 아무 관심이 없다가도, 누군가 자신을 꾸준히 좋아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그리고 막상 그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니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여자가 먼저 사랑을 고백할 수도 있고, 그 고백이 거절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니라도 책임질 행동을 했다면 책임을 지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생 선배들은 먹고살기 힘들어도 옛날이 좋았다 했는데,
내가 이 나이가 되니 나도 그러네.
서툴러도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책임을 함께 지려 했던 시절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도 계산한다지. 손해보지 않으려는 사랑...
그것은 사랑일까? 썸의 씁쓸한 면모에 눈 흘기게 된다.
그래서 서로에게 진심을 다해 표현하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제한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순수한 사랑의 현장, '나는 솔로'가 재미있다.
서로 모른 채 살아가던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 그 풍경에 압도당하며 설렘을 가지고 걸음을 재촉한다. 누가 올까? 저들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등장하는 인물이 차에서 내리는 첫인상에서부터 캐릭터 이름을 연상하게 된다.
남자는 영수, 영호, 영철, 영식, 광수, 상철..
여자는 영숙, 영자, 정숙, 순자, 옥순, 현숙..
남자 출연자들이 차례를 정해 여자 출연자의 가방을 들어주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데, 그 자리에서 첫눈에 반하기도 하고 혹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호감을 표현할수록 마음이 끌린다. 빨리 알아채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기에게 향하는 관심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돌고 돌아 끝내 서로 알아보는 인연도 있고 5일이라는 시간으로는 마음이 열리지 않아 타이밍을 놓치는 이도 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엇갈린 운명들도 있다.
관심 없는 상대를 대할 때와는 상반되게 마음이 가는 상대 앞에서는 얼굴도 빨개지고, 덜덜 떨기도 하며, 최대한 멋지거나 예쁜 표현들을 한다. 밤새워 편지를 쓰고 기회를 엿보다 거절되면 야속한 마음에 눈물도 흘린다.
응원하던 커플이 결실을 맺는 경우엔 함께 뿌듯하고 기쁘다. 마치 내가 큐피드가 된 것처럼.
내가 꼽은 베스트는 모태솔로 특집이다.
모솔족 특유의 성급한 결정과 빠른 포기, 표현에 서툴거나 감정에 둔하거나 게으르거나 했던
그래서 모솔일 수밖에 없었던 나의 지난날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고
모솔 선배로서 '다 짝이 있단다' 소곤거리며 그 시절 내 행동과 생각을 똑같이 하고서 눈앞에 인연을 놓치고 마는 후배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열심히 응원한다.
이게 왜 재밌어? 남편이 물었다.
인생 희로애락이 다 있거든. 인간의 진심, 불안, 욕망, 사랑과 열정, 배신, 우정, 권모술수, 모함, 험담, 쟁취, 인정, 포기, 새로운 출발, 패기.
TV연애프로가 리얼리티가 유행이지만, 그중에서도 날 것 그대로 의도하지 않은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관찰하며 기수마다 각각 다른 서사와 그려지는 인생이 재미있다. 물론 악마의 편집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겠지만..... 세상사 완전한 것이 있더냐.
그래서 나는 재밌게 본다.
사람과 인생에 관심이 많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캐릭터가 어울릴까? 옥순?
-40대 시청습관에 대한 기록. 연애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