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놀리는 현지 은어_'니홍'
이곳의 아침, 특히 카메룬에서 가장 부지런한 바밀리께 족이 사는 바푸삼의 아침은
이른 시간부터 어른과 아이로 붐비며 활기가 넘친다.
평균 수명 45-49세. 젊은 카메룬은 거리에서 장사하는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큰 구멍이 나 있고 늘어질 대로 늘어진 티셔츠는 앙상한 어깨아래로 흘러내려가 있고,
붉은 대륙의 흙먼지 때가 얼마나 오랜 세월 퇴적되었는지 보여주듯, 본연의 색채를 잃은 낡고 낡은 옷.
발보다 훨씬 커서 질질 끌어야 하는 낡은 슬리퍼를 신거나 익숙한 듯 맨발로 걷고 뛰는 아이들,
아침 6시부터 거리에 나와 바나나와 베니에 빵 바구니를 이고 거리를 거니는 아이들.
어른들은 때로 이런 아이들이 가엾어서 사 주기도 하고
어떤 어른들은 파리 쫓듯 쫓아버리거나 냉정하게 외면하기도 한다.
어른을 상대로 당돌한 영업전략, 부당한 대우에도 기죽지 않은 당당한 기세,
아이들 특유의 거침없고 끈질긴 구애.
현지생활 1년이 넘어가는 거의 현지인인 지금 연민보다는 이곳 아이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장래희망은 없어도 오늘 하루를 살아내겠다는 삶의 의지와 열정 말이다.
노골적이고 잔인하게 명암을 드러내는 가난의 민낯.
학교 가는 아이들을 한참을 바라보는 땅콩장수 아이의 눈빛을 내가 봤던 그때
이 아이의 열정뒤에 꿈틀대는 슬픔이 보였다.
나한테 하루치 다 팔았다고 누가 가서 자랑하면 어디선가 아이들 떼가 몰려온다.
잘못된 걸까? 안다. 퍼주기식의 나의 원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동네 호구라고 소문만 퍼질 뿐.
자기 물건을 사주면 Merci beaucoup(고마워요!)를 외치지만,
거절하면 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놀리는 것도 남다른 아이들.
"니호옹~~!!!"
바나나 사줬는데도, 중국인인 줄 알고 놀리는 저것들을 언제 한 곳에 모아놓고 교육을 좀 시켜야 하는데......
나는 기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동물원 원숭이 같은 구경거리가 되어주고
이들에게 내 트레이드마크 선캡도 올리고 내리며 신문물의 충격을 선사한다.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내가 찍어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서워하는 애들도 있고,
손뼉 치고 발을 굴리며 소리치며 신기해하는 애들도 있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 달라고 조르는 애들도 있다..
현지의 아이들은 나를 놀리고 피곤하게 하지만,
그 눈빛과 행동이 사랑스러워 한국에 돌아가도 생각날 것 같다.
눈을 떠도 감아도 들리는 그 소리
"니홍"~~~~~~~너무 싫지만, 내 이름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