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시련(1)

엄마가 쓰러진 날

by 아궁이

된장 그리고 고추장을 조금 섞어 풀고 두부와 버섯, 애호박을 깍둑 썰어 국을 끓였다.

좋아하시는 오징어 젓갈과 제주도 동생이 보내 준 게장도 푸짐하게 꺼내 두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맞이하는데,

반가워하는 아빠와 달리 인사는 하지만

어째 기운 없는 엄마가 이상해 보인다.

"엄마, 너무 피곤했지? 멀미했어?"


언제나 오시면 부리나케 옷을 벗어두고

부엌에 오셔서 뭘 요리했느냐고 묻고 맛도 보고

엄마가 가져온 이것저것 챙겨 상에 놓고 식사를 하셨는데,

이상하리만큼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계시다가 밥맛이 없다며

방에 가서 누우셨다.


먼저 식사하시는 아빠께 여쭤보니, 며칠 머리가 아프다고 한 거 같은데 하시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셨다. 그때까지 5시간 기차 여행에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는 좀 쉬시도록 두었다.


저녁때가 훌쩍 넘어 방에 들어가 엄마를 깨웠다.

입맛이 없어도 죽이라도 드셔보라고 주문해 둔 죽을 작은 그릇에 덜어 식탁에 놓았다.

겨우 몸을 일으켜 식탁에 와서 앉은 엄마는 수저를 들고는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아이고, 이게 왜 이러냐?" 하시는데

"엄마!!!! 왜 이러지? 지금 추워?" 했더니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얼른 체온계를 꺼내 열을 쟀다. 38.9도.


"엄마. 코로나 아니야? 언제부터 컨디션이 이랬던 거야?"하고 옆에 앉아 코치코치 캐물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이렇게 추웠다가 나았다가 해서 타이레놀을 먹었다고 했다.

"안 되겠다 엄마. 코로나일 수 있어 빨리 병원 가자."

저녁상은 뒤로하고 외투를 챙겨 응급실로 향했다.


엄마는 나와 함께 걸어 들어가 응급실 접수를 하고 증상도 이야기했다.

곧 예진실 간호사가 혈압을 쟀는데,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여기 환자 혈압이 안 잡혀요!!!!!!!!!!!!!"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스르륵 쓰러져 양팔로 엄마를 붙들었다.

"엄마!!!!"

순식간에 간호사와 보조원이 strecher car를 가지고 나와 엄마를 눕히고 중증 응급 구역으로 달렸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혈압이 안 잡혀요" 하는 간호사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부지런히 엄마 뒤를 쫓아간 나는 응급실 병상 옆에 도착했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엄마몸에 모니터 기를 붙이고, 한 명은 혈관을 찾았다. 다른 한 명은 수액과 피검사 bottle을 가져다주기 바빴다. 스테이션 모니터 앞에 있는 의사에게 확인한 바를 보고하고 바로바로 의사는 처치를 오더 했다.


이 정신없고 긴박한 응급실은 내게 너무 익숙한 곳인데 지금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고 알려주며 피를 잔뜩 뽑고 수액을 꽂았다.

또 조금 있으니 CT검사를 한다고 다시 검사실로 옮겨갔다.


수액을 달고 검사실에 다녀온 엄마 옆에 앉아 엄마의 마른 손을 잡았다.

열은 오르는데, 차디차고 깡마른 엄마의 손을 계속 문질러 마사지했다.

엄마는 옅은 한숨을 쉬며 "이게 무슨 일이라냐? 아빠 병원 가야 하는데 내가 어째 이런다냐?"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놀란 마음을 내뱉었다.

"엄마 그냥 한숨 자. 몸이 너무 힘들어서 뭔가 문제가 생겼나 봐.

병원에 왔으니까 일단 편하게 쉬어."


좀 있으려니, 보호자를 부른다.

신장내과 주치의라 소개한 젊은 의사가 CT 및 검사결과 지금 환자는 패혈증 쇼크 상태란다.

양쪽 신장, 간, 폐까지 영향이 간 상태로 중환자실 입원이 불가피하며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했다.

중환자실로 지금 바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오진 아닐까? 진짜 패혈증이라고? 왜?'


엄마의 옷과 짐을 들고 중환자실로 따라갔다.


침대체 옮기는 길에 엄마는 의식이 있었고,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는 당황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내가 옆에 있으니,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패혈증 쇼크가 와서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해야 하는 것 같아.

걱정하지 마 엄마.

내가 매일 여기와 있을 거니까, 엄마..


덤덤하게 나를 보며 고개만 끄덕이다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패혈증이라니, 신장과 간 폐까지 손상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엄마가 들어간 중환자실 문을 보며 어이가 없어 한 참 눈물이 흘렀다.

왜 엄마가 이렇게 된 것인지 의학적인 근거를 찾기 전에 감정이 앞섰다.


그동안 참아왔던 못마땅했던 그것들이 원인인 것 같았다.


아빠는 왜 평생을 다닌 교회를 시골의 작은 교회로 옮기기를 강행한 것인지

엄마의 사회생활, 삶의 에너지, 모든 시름을 이겨낼 교회활동에서 끊어진 이후 엄마는 우울감을 호소했었다.

교회는 엄마에게 생명줄이었는데..... 그래서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아닌지

아빠는 은퇴라는 이유로, 경제력 약화로 엄마의 사회생활부터 제한한 것이다.


그 순간 내 모든 생각은 엄마를 둘러싼 아빠를 비롯한 아빠의 형제, 가족들에게 원망이 되고 분노가 되어 터져 나왔다. 엄마가 왜 이렇게 돼야 하냐고 병원 로비에서 목놓아 울었다.

하다못해 엄마 자식들은 왜 다 이렇게 멀리 사는지까지 원망을 했다.

미국에 있는 언니, 제주도 사는 남동생.

아들 딸 있으면 무슨 소용 있나. 멀리 살아 와보지도 못하는 걸.


지금까지 병원 신세 져본 적이 없는 엄마가 왜 하필이면, 지금 아픈 건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돌보랴 맞벌이하랴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 나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올해 초 아빠에 이어 엄마가 아픈 것인지.

그동안 엄마,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은 내 결혼생활에 대한 벌인 지.


하루아침에 엄마는 중환자가 되었고, 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엄마. 이게 무슨 일이야... 엄마 제발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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