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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산다는 것, 물질을 산다는 것

임승진

성공한 사람은 수입차를 탄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경험해보니 성공한 사람은 수입차를 "탄다"가 아니라 "살 수 있다"가 맞는 말인 것 같다)

티끌 같은 성공을 경험하고 얼마 안 되어서 BMW 5 Series을 구입했다. 인생 첫차를 수입차로 타고 다니는 기분은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승차감은 좋았고, 내장재도 고급스러웠고 엑셀을 밟을 때 밟은 만큼 정직하게 속도가 나오는 것도 참 좋았다. 시속 120km를 달려도 실내는 정숙했다. 이러니 사람들이 좋은 차를 사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보유자산보다는 매월 정기적으로 나가는 지출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자산은 현재를 의미하지만, Cash Flow는 미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평소 사고방식은 삶의 지향점을 닮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저렴하게 차를 산 편인데도 보험료 포함 매월 100만 원씩 나가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100만 원씩 저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빠르게 감가상각 되는 탈 것에 그 돈을 넣는다는 게 괴로웠다.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깜냥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울리는 내재적 알람이다. 살면서 한 번도 이 알람을 무시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삶에서 겪는 후회의 순간들은 이른 결정에서 오기보단 늦어진 결정에서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즐거웠던 수입차 '체험단'은 약간의 손해를 안고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소비는 내게 더 이상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았다. 오히려 회사생활하는 동안 월급을 받았을 때가 소비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 돈은 모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없어지기도 하는 허상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남들보다 새로운 가치를 잘 만드느냐에 달려있다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물욕이 많이 줄어들었다.


돈은 종이가 아니라 신용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만약 당신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일을 시도하라고 세상이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경험을 해봐야만 돈의 가치를 낮게 보면서 소비를 줄이게 된다는 점이 참 역설적이다. 사실 과소비가 가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신적 가난함이 소비에 대한 갈망유도한다.


지금은 주로 걷거나, 타다를 이용한다. 1달 내내 모든 곳에 타다만 타고 다닌다 하더라도 100만 원은 나올 수 없다. 기사님이 대신 운전을 해주니 편히 잘 수 있어서 참 편하다. 탈 것의 궁극적 목표는 나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안락하게 이동시켜주는 것이다. 운전행위는 본질이 아닌데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것이 즐겁다는 것에 Sales Point를 잡아서 홍보한다. 사실 도심에서의 운전은 취미가 아닌 이상 꾸준히 즐겁기 힘들다. 수입차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운전의 즐거움을 오랫 동안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본다.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이콘)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시간 전에 지불한 점심값 조차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한다. 계란처럼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은 방금 본게 비싼 지 싼지 쉽게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험 상품'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 0.2%를 우대받기 위해 이자율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정기적인 카드 사용을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소비가 더 본인에게 유익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같은 재화를 할부로 샀을 때의 즐거움과 경험 상품을 매달 샀을 때의 즐거움 중 어떤 것이 더 장기적 가치를 가질까?


재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지만, 사람은 경험이 쌓일수록 가치가 오른다. 매주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오직 양(+)의 관계만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가치가 매우 높은 일이다. 경험과 인간관계에서는 실수를 도 배움이 있으며, 오래될 수록 감가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강력해지고, 얻을 수 있는 가치 또한 상한이 없다.

아직까지는 '경험'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지불용의가 낮은 편이지만, 이러한 평가는 다양한 스타트업의 시도들로 인해 해소되고 있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개념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평생 추구해야 하는 과제다. 이것을 멈추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멈춘다고 해서 숙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험은 나이와 결코 비례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오고 실패에 대해 용인하는 삶이었는지에 달려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보다 더 빠른 성공방식은 바로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평소에 마음갔던 강의를 수강해보거나, 당장 안 읽을 책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구매해보자. 예쁜 건축물을 보기위한 여행이 아니라 경험해보고 싶은 장소로 떠나자. 경험적 소비를 지향하자.


[아그레아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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