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지는 않지만 죽고 싶지도 않음

우울증 이야기 (3)

by 돌만두


사는 것 같지 않아도

삶이 살아지는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니?


이 세상과 한 사람의 정신머리가 유리되지 않고 한 몸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을까? 업보 혹은 카르마라고 믿어야겠다. 다만 그건 산 사람이 갖춰야 할 예의가 아니므로, 속죄의 독한 맛으로 산다. 힐끗 보면 (어떨 때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정상적인 시민의 모습을 하고서 불온한 시간을 통과하는 일이다. 지금 내게도 그런 사건이 흐른다.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쯤으로 인식되는 것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이젠 우울을 이겨내지 못해서 사회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등 올바르게 ‘재활’ 되지 못한 상태가 목격되면 도태된 무엇처럼 보이는 것은 전과 비슷하다. 뇌의 난치성 질병 혹은 타인의 모습을 띤, 무능으로 이루어진…


장애. 장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은 병과 싸우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간혹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대해서 ‘병든 상태에 안주하는 것’, ‘자신을 연민하는 것’, ‘장애를 사랑하는 것’으로 여겨 쉬이 경멸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는 열등하지도, 비정상적이지도 않다. 정신아픔을 응당 탈출해야만 하는 상태로 여기는 것은 병을 완치하지 못한 환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 우울과의 투병은 길고 긴 평생의 발버둥이자 떠날 수 없는 삶의 일부이다. 자랑을 해서 병이 낫는다면 이마에 써 붙이고라도 다닐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타인이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통해 얻어진 의연함조차 질투한다. 그러나 어떤 마음가짐은 당신과 똑같은 시간을 보낸들 얻을 수 없다. 운동선수는 당신이 운동하는 걸 비웃지 않고, 백만장자는 당신이 돈 버는 것을 비웃지 않는다. 할 일 없는 사람들만 지나다니면서 한 마디씩 하는 모양이 꼭 그렇다. 공중에 떠다니는 대부분의 조언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이들을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에 대한 책임이 없다. 어차피 모든 이야기는 개인적이다. 지나가는 것에 마음을 다치지 말자. 오직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나의 기준들을 일망타진한 모습으로.


어떻게 해야 사람 되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기 관리 루틴? 소득 파이프라인? 든든한 노후대비? 아니… 싹 다 틀렸다… 삶에 대한 낮은 기대치이다. 불행한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인생이 아니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다. 웬만하면 잘 안 풀리는 게 당연하고 이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모든 고통은 안 좋은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에 있다. 어떤 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며 모든 운 나쁨은 때가 되면 온다. 불운한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고, 인간은 두 번 죽을 수 없다는 사실과, 버틸 수 있다면 버텨지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이 모든 고통은 어떠한 의문에도 난도질되지 않는 거대한 진리와 같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살만해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사랑할 것처럼 살아야지. 평생 내 안에 갇혀서… 무서워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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