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람 May 29. 2024

남과 여에 대한 짧은 글 2편

다같은 사람이면서도 서로 다른

어제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바람이 참 시원했다. 그런데 한 청년이 나를 지나쳐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운동복을 입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는 중이었다. 거기까지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달리는 폼이 좀 특이했다. 어디 아픈가? 싶을 정도로, 자세가 조금 이상했다. 그 이상한 자세가 오히려 내 시선을 오래 잡아두었다. 그 사람은 계속해서 작아져 갔지만, 나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하다 왔겠지? 이 시간대에는 대부분 퇴근하고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고생이다.  

   

그런 생각이 들다가 문득, 이 시대에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이거 하라고 저거 하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그 요구들에 어쩔 수 없이 ‘예스’를 외쳐야 하는 우리들의 삶. 특히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한 청춘들의 삶이란 참, 힘들다. 저 사람만 해도 그럴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힘들게 운동하는 것일 터다. 물론 나도 건강을 유지하고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 매일 산책을 하고 있다. 달리기만큼은 아니지만 효과가 좋다.     


‘우리는 모두 원석인데, 아름다운 보석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과정은 모두에게 다 힘들구나. 매순간 힘들게 노력하면서 가는 거구나. 그게 삶의 어려움이구나.’      


‘그러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삶의 고단함이 새삼 슬펐다. 저 사람은 나름 즐겁게 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가다듬고 관리하는 과정의 어려움은 다 같이 겪는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하리만치 위안이 느껴졌다. 서로 다른 성별이어도, 다른 나이대여도, 다른 위치에 있어도,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게 다 어려운 거다. 그게 사람으로 태어난 자의 숙명인 거다. 거기서 위안을 받으면 안되겠지만 큰 위안을 받고 말았다.      


참고로, 평소에 나는 달리는 남자를 봐도 별 생각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한다고 치면, 기껏해야 ‘오, 잘 달린다. 멋있다’ 정도의 생각이나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를 ‘사람’으로서 보기 보다는, 멋진 ‘이성’으로서만 봤을 것이다(이런 여자라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리는 사람의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 포즈에서 ‘사람’이 보였다. 이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저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래, 결국 다 삶이라는 조건 안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며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오늘날, 그게 서로 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서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이성으로서 훌륭한지 아닌지’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든, 같은 사람으로서 생각하게 되면, 평가하려던 손을 거두고 이해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얼른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조차도 얼마 지나면 다시 사람들을 여자와 남자로 나누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다 같은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4.5.25     





언젠가 친구에게 “남자들도 외로울 것 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날과 같이 완연한 성과주의 사회에서, 남자들은 더 큰 성과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 성과에 따라 사회에서 대접해 주는 정도가 달라지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오롯이 혼자 노력해야 한다. 누가 도와주거나 끌어주더라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경쟁사회라서 잘 도와주거나 끌어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다 보니 많이 외로울 것이다. 힘들 때 웃으며 손을 잡아줄 따뜻한 연인이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이 힘들 때 먼저 따뜻하게 손을 잡아줬어야만 한다. 하나 줘야만 하나 받는 법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렇게 안정적인 관계 맺는 법을 여자들보다 조금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열심히 일만 하느라 그런 것일 터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깝고 서운하지만, 남자들은 일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으니 이해가 가긴 한다.      


여자들도 힘든 점이 있다. 우선 여자들은 정신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누군가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무엇보다 원하고, 설레이면서도 마음이 편안한 대화를 갈망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관계를 잘 맺는 법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이 서운하고 마음이 외롭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다정한 남자는, 다정한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 여성을 아끼고 응원하고 귀여워하는 그런 남자다. 다들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그런 남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진 것 같다. 멋지고 잘생긴 남자, 좋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남자, 정말 멋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인 조언을 해주면서도 따스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다정하고도 단단한 남자는 모두의 취향이다. 여성들 또한 너무 감정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만 행동하지 말고, 때론 차가운 이성적 사고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일지 생각하며 행동하였으면 좋겠다. 우리도 계속 징징대는 친구 또는 남자친구가 싫듯이,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자신의 중심이 든든히 서 있는 멋진 여자가 되자.

          

2024.5.25     


나이 든 초코...
작가의 이전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