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두 편의 전시를 관람했다. 하나는 국내 작가의 개인전(이건용 : 이어진 삶)이었고 하나는 30만 관람객이 들었다는 해외 작가의 전시(데이비드 호크니展)였다. 각기 다른 철학이 담긴 전시를 묶어 말할 순 없지만, 공통으로 크게 감명받은 부분은 미술관을 모두 채우고도 남은 한 인간의 탐구심이었다. 세상 앞에서 기꺼이 거름망을 자처하며 걸러낸 헌신의 산물들은 창조물로써 오직 작가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시간순으로 나열된 관람 방식은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주었다. 화풍에 따라 구분된 전시관을 거닐며 그들의 변화와 이유를 추측했다. 어떤 것은 오랫동안 그려져 작가를 대변하는 개성이 되었고 어떤 것은 사라져 이후부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지난한 시간 속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갈고 닦은 결과물은 뾰족한 방향이 되어 지향하는 한곳을 향해 나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작품을 지나 끝이 보일 때쯤 나는 운동선수의 완벽한 스윙 동작이 떠올랐다. 이어진 작품들의 행렬이 군더더기 없는 궤도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운동을 배울 적 새겨들은 말이 있다.
‘억지로 공을 치려다 자세를 망가뜨리지 마라. 올바르게 만든 궤도 위에 공이 있게 하라.’
결국은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하나의 방향을 훌륭히 구현하는 것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작가의 작품들이 빛나는 이유 역시 누군가 정해놓은 궤도에 오르려 애쓰기보다 스스로 원하는 궤도가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