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프니? 나도 아프다!
“은하슈슈슈, 핸드폰 잘 챙기고 물통도 챙겼지? “
아이 핸드폰 챙겨주고 내 폰은 두고 왔다.
매일 쓰는 폰인데 어디 있는지 매일 찾는다.
폰으로 하는 일]
1. 은행, 증권
2. 글쓰기
3. 영상편집
4. 촬영
5.SNS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와 TV 페이스북
6. 스케줄관리
7. 통화, 문자
8. 홍보
9. 음악감상
10. 카카오톡 소통, 학부모 상담, 과제 검사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하니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은이 감싸기를 해본다. 더 많은 잊어버림의 순간들이 있지만 어른인 나는 변화되기 어려운 사람이라서 여기서 일축하려 한다. 비밀인데 스스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혼자 빵 터질 때도 있다.
네가 챙겨.(네가 할 일.)
내가 놀고 있는 걸로 보이니?(네가 해.)
응.
웬만하면 해줄 법한만한 사소한 일에도 매번 거절하기 일쑤다. 하루 살이 인생도 아닌데 매일 내가 아이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챙긴다면 에너지가 빠른 시간 안에 줄어들 것만 같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에 아쥬 충실한 엄마다.
-학교 준비물 잘 챙겨보기-
일기장, 독서기록장, 실내화
실내화 꼭 가져가라고 여러 번 이야기한다.
학교 가는데 실내화를 챙기지 않고 슈웅 그냥 가버린다.
일기 쓰기 숙제를 하고 거실에 ta-da 보란 듯이
놓고 간다. 독서록을 쓰려고 하는데 노트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 두고 왔다고 한다.
-무용지물 핸드폰-
은하수에게 전화를 건다. 드르륵드르륵 진동 소리가 집에서 난다. 전화를 집에 두고 갔다.
은하수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몇 번을 해도 받지 않는다. 은하수가 집에 도착했다. 전화기가 없다. 학원에서 전화가 온다. 전화기를 두고 온 것이다.
핸드폰을 갖고 나갔다. 전화기가 꺼져있다.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다고 한다.
-책가방 속, 그녀의 보물-
재활용품을 이용한 만들기를 좋아하는 은하수의 가방 속엔 그녀가 생각하는 보물들이 늘 가득하다. 우유갑, 플라스틱 장난감 담는 케이스 등 쓰레기인 듯 아닌 듯한 그 물건들을 한 번씩 쏟아내 본다. 버리려고 하면 안 된다고 다 쓸 때가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활동한 각종 활동지들과 뒤엉켜 있는 그녀의 보물들을 볼 때면 늘 난감하다.
-숙제 기억 안 나-
학교숙제가 뭔지 모른다.
집에서 매일 해야 하는 것도 모른다.
그저 해맑은 우리 아이에게 처방이 필요하다.
놀 때는 계획형, 공부할 때는 무계획형이다.
-학습관리 중-
여기까지 하고 검사받으러 오세요.
어디까지라고 하셨죠? 이거 뭐라고 하셨죠?
아하, 이런 줄 알았어요. 히히,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나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을 자주 찾는 넉살 좋은 학생이다.
내 아이가 잘 잃어버리고 깜빡 잊어버리는 부분으로 인한 어이없는 상황들이 일어날 때면 등짝 스매싱도 해보고 소리도 질러봤다.
사랑해야 하는 매일의 소중한 순간에 즐기지 못하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 행복을 방해하는 순간으로 흘러가는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결심해 본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하면 “많이 아프구나. “ 내가 반복적으로 실수하면 “나도 많이 아프구나.”
하하하하! 히히히히! 그날부터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웃으니까 웃고, 웃는 모습이 웃겨서 또 웃는다.
행복한 우리들의 같이하는 가치 있는 순간을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내가 너의, 네가 나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