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리해봐야 내 레시피가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뭘 택하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꾸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택 자체의 순수함엔 자신이 없다. 최근의 내 고민이 되는 선택지는 복직-아이 키우던 엄마들이 한번쯤 거쳐간다는-에 대한 것이다.
이 고민만 들여다 보더라도 그렇다. 진짜 내 생각과 소망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얼마나 될까?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게 좋다던가,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좋다던가 등등 여러가지는 진정한 내 생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합당한 썰들 중 하나일 뿐이다. 대개의 조언은 떠다니는 타자의 썰에 논리를 붙여서 내놓는 인스턴트 음식과 비슷하다. 구조주의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진짜 내 의견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답을 찾게되는 것은, 나에게 '삶을 요리하는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재료를 넣고 맛을 보고, 너무 짜면 재료를 더 넣고 싱거우면 소금 간장을 더 넣어보는 나만의 레시피가 부족해서, '검증된','권위있는' 레시피를 찾아 기웃대는 것일게다. 책과 강연, 스승, 구루 등에 홀깃하고, 심지어 사주, 타로, 점성술 등에서도 조언을 구한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방향을 잃은 것 같을 때,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우린 답 비스므리한 것을 줄 것 같은 이들을 찾아나선다. (그래놓고 결국 듣고 싶은 말에 반응할거면서!) 스스로 자신있게 요리하는 인생 레시피를 갖추고 있다면 별로 연연하지 않을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내 레시피를 만드는 방법은 그냥 부딪혀서 체험하는 것밖에 없다. 직접 끓이고 볶고 튀기고 맛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 입맛에 맞는' 요리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얼추 나쁘지 않은 남의 레시피 가져다가 내 음식인 척하고 살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 부작용이 날 수 밖에 없다. 내 음식, 내 삶에 만족이 되질 않는 것이다.
음식이 끓고 있는 중에 '다 끓으면 요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이걸 더 넣고 저걸 더 넣어야지'하고 생각해봤자, 끓고 난 재료가 어떤 상태가 될지는 알 도리가 없고, 결국 더 넣을 '이거저거'는 그때가 되어 맛을 봐야 안다. 그럼에도 자꾸 앞서는 마음은 뭘 자꾸 예측하고 계획하려고 한다. 이건 제대로 된 요리와는 반대되는 것임에도, 습이란게 참 무서워 마음이 그리로 내달린다.
주어진 것들을 그냥 해보는 것, 하고 나서 내 입맛에 맞는 간을 하기 위해 계획을 바꾸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생을 요리하는 쉐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도 모른다.
정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바꾸면 안되는 것처럼, 한번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고 하니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니면 말지 뭐-의 자세가 필요하다.
요리는 이 재료 저 재료 섞고 더하면 망하지만, 삶은 이런저런 경험이 더해질수록 진하고 풍성해진다. 그렇게 나만의 레시피가 채워지면 자부심도 생길 것이다.
선택을 앞둔 지금, 나다운 내 레시피를 짜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