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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Jun 28. 2017

육아를 보는 조금 색다른 관점

지구별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자가 되기

엄마로서 나는, 내가 <지구별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영혼이 지구별에 어떤 공부거리를 가지고 태어나서 감정체(마음,혼)이자 감각체(몸)로서의 경험을 통해 영적으로 진화한다고 여기며, 궁극적인 배움의 목표는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이 각자의 과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그게 정말 정해진 상태로(사주나 천궁도에 있다고 하는) 설정되는지, 살다보면 과제가 생겨나고 드러나는지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신한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게 무엇이 되건간에 자신을 성장시켜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에 일조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잘 소화하기 위해선 감각체인 몸도, 감정체인 마음도 안정된 환경에서 '잘 배울 수 있는 상태'로 가꿔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의 안정된 환경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몸이 세상을 충분히 느끼도록 잘 돌보아지고, 마음이 세상의 것들과 만나 온갖 감정을 일으켰을 때 자기부터가 스스로를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연습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한 영혼은 '기꺼이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미지의 한 나라를
여행하기로 한 여행자가 있다.




그는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아무 것도 없고, 자기의 여행이 휴양이 될지 관광이 될지 레저나 탐험이 될지조차 모른다. 그가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 전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자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 뿐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안락하게 지내고, 정성이 담긴 따스한 식사와,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받는 여행자는 당연히 이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고 여행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자의 마음을 배려하는 따스한 주인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지하게 되고,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믿을만하구나, 설령 여행하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내 힘으로 혹은 도움을 받아 잘 헤쳐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등의 인상을 받고 여행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지구별에 먼저 태어나서 조금 살아본 것이 다인 이 주인장들은, 투숙객으로 인연 지어진 영혼들이 여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임무를 맡고 있다.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지구별 여행지에서 주의할 점, 놓치면 아까운 다채롭고 아름다운 것들도 가르쳐주어 여행자가 보다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지구별에 대해 주인장이 갖고 있는 인상, 경험한 것들, 무의식적 두려움 등이 반영되는데, 주인장은 본분인 '투숙객이 충만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망각하고 자기 스토리에 빠져서 자기 경험이 지구별을 대표하는양 왜곡된 정보를 준다. 여행자는 불필요한 두려움과 과잉 환상을 품어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충실하게 하지 못하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여행자는 아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은 부모다. 아이는 절대적으로 부모에 의지해 살아가고, 부모를 통해 세상을 본다. '최고의 게스트하우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그저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만하구나, 열심히, 즐겁게,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참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구나'하는 모델로서 존재하면 된다. 여기에는 육아 정보나 지식은 곁다리일 뿐 변화를 삶을 어떻게 보고 살아가느냐 하는 양육자의 태도가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동안 여행자는 본격적인 자기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는 탐색 기간을 가진다. 가까운 집앞 뜰부터 시작해서, 뒷동산, 개울, 옆집,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 시내 등 행동반경은 넓어지고 만나는 사람이 다양해진다. 뒷동산에서 넘어졌다고 이 나라에서 여행하는 것은 못할 짓이라고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시장에서 만난 한 사람이 무례했다고 이 나라 사람들은 이 모양이라니 믿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재미없어질까? 주변을 탐색하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툴툴대는 여행자에게, 운영자는 신중하게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위험 또한 어디든 있으니 자기 방어를 하는 법도 익혀야할게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 모여 여행자의 배낭엔 '자원'이 쌓인다. 낭만적인 시집 한 권, 라이타, 로프, 추억이 담긴 사진, 지도.. 무엇이 될지 모를 것들이 아이의 내적 배낭에 담겨져 훗날 여행에 유용한 아이템으로 쓰인다. 수표책을 하나 넣어주면 돈으로 다 해결되니 만사 오케이라 여기는 운영자도 있다. 아이가 세상에 나가 배울 것은 오로지 하나일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배우는 것'.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보면 아이의 과제 또한 보이며, 부모의 결핍이 곧 아이의 과제로 연결되는 일이 흔하다. 그걸 흔히 '대물림'이라고 한다.


여행자의 배낭이 유용하고 알차고 든든한 내적 창고가 되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경험을 함께 해야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운영자의 화두다. 단, 자기들 삶에 그것이 녹아나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 여행자들은 (특히 어린시절에) 민감해서, 가식과 위선, 거짓 등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래서 운영자에게도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큰 도전이고 수행이다. 자기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대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그대로 투영해낸다고 하지 않은가.

나는 이 과정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고, 최선을 다해 깨어서 지켜보고 싶다. 어렵겠지만 말이다.



https://brunch.co.kr/@ahala/35

조금 더 익숙한 심리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글은 위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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