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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Sep 13. 2017

여성 속의 여신 원형 이야기

나는 어떤 유형의 여신에 가까운가?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읽고.
여신 원형의 유형을 분류, 우리 속에 있는 여러 모습들을 그 원형과 매칭해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대표적인 일곱 여신의 유형이 정리되어 있고, 각 특색을 신화 속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었는데, 재미있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의미를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곱 여신은 처녀 여신 셋, 상처 받기 쉬운 여신 셋, 창조하는 여신 하나 로 나뉜다.
처녀 여신은 개인의 '자아'가 가장 중요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한다. 처녀 여신은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다. 상처 받기 쉬운 여신은,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유형이다. 여자가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가장 크게 정의되는, 아내, 어머니, 딸의 원형을 나타내며, 각각 헤라, 데메테르, 페르세포네이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열정적인 관계 속에서 강렬한 경험을 하며 그 사이에서 무언가 창조의 불씨를 보듬어 올리는 창조의 여신은, 아프로디테다.




1. 아르테미스 - 사냥과 달의 여신, 경쟁심이 가득한 우리들의 큰 언니.



- 여성운동가같은 면모가 있으며, 자매애를 중시하고, 남성에 대한 경쟁심이 있다. 승부욕이 강하며 다혈질이기도 하다.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아르테미스는, 태양의 신인 아폴론의 동생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그걸 얻는 법도 알고 있다. 그리고 사냥의 여신답게, 목표한 바를 겨낭하고, 집중해서, 얻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르테미스적 성향을 가진 여성들은, 남성에게 종속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며,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승부욕이나 경쟁심이 과해서 정말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취약점이 있다. 자신만의 정의에 대한 수호 의지가 강해서,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존 시스템의 붕괴나 그 외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변혁가적인 면이 있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을 나타낸다.

2. 아테나 - 지혜와 공예의 여신, 전쟁의 여신, 전략가이자 아버지를 따르는 딸



- 타고난 전략가인 아테나는, 이성을 주로 사용하며, 통제력이 뛰어나다. 아르테미스가 여성으로서, 남성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입장을 취했다면, 아테나는 자신이 여성임을 잘 활용하고, 남성과 잘 공존하며 어울리고 그들을 제어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무인 타입의 전쟁의 신 아레스를 진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테나는 남성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성성이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기에, 전략과 전술을 짜내는 지략이 풍부하다. 이런 타입은 인간미가 별로 없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의존하거나, 낭만적인 사랑을 바라기 보다는 일종의 파트너쉽을 요구하며, 영웅이 될만한 급의 남성을 원한다. 그리고 남편도 자식도 그런 급이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기존의 시스템을 수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 가슴보다는 머리로 움직이는, 논리로 무장한 자기 확신에 찬 여성을 나타낸다.

3. 헤스티아 - 화로의 신전의 수호신, 지혜로운 노처녀 고모


- 신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며, '화로'로만 형상화된다. 헤스티아는 내적인 가치와 지혜에 집중하며,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내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타입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편해하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적 만족을 위해서 한다. 세속에서 벗어난 구도자같은 성향이 있다.

4. 헤라 - 결혼의 여신, 신실한 아내



- 결혼의 수호자이자 질투의 여신인 헤라는, '남편'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녀에게 '결혼'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며, 결혼하지 않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구누구의 아내'라는 것으로 자기 만족을 느끼고 내조에 혼신을 다한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성취하거나, 좋은 어머니가 된다거나 하는 독립적인 역할, 어머니나 기타 다른 관계 속에서의 역할은 부차적이며, 오로지 '남편'에 의해 스스로를 정의하고 저울질하므로 남편의 지위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즉, '제우스'정도 되는 남편이기에 존재할 수 있던게 헤라일 수도 있다. 자식도 '남편처럼 훌륭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가 낳은 헤파이스토스(추하게 태어남)는 헤라의 사랑을 받기는 커녕 추방되고 발로 차여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완벽하게 가정을 꾸리고, 내조를 하며, 남편의 사랑보다는 남편이 있다,없다가 더 중요하다. (그토록 난봉꾼이었던 제우스에게서 등돌리지 못하고 계속 아내로 있었던 것은, 남편없는 여자가 되는 것이 더 절망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라 유형의 여성들은, 남편과의 사별  후 큰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좋은 남편'을 찾으려는 여성들(좋은 조건의 남자가 나의 급을 만들어주길 바란다)은 헤라의 측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5. 데메테르 - 곡식의 여신, 모성애의 원형



- 데메테르는 여성의 역할 중 어머니를 상징한다. 신화 속 데메테르는 지하 세계의 신인 하데스에게 딸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후로 황야를 떠돌며 딸을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대지를 돌보지 않아 곡식은 메마르고 흉년이 지속되지만, 그녀는 말 그대로 눈이 뒤집혀 딸을 찾아 헤맨다. 한때는 노파로 변신하여 한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돌보는데, 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와중에도, 어디선가 아이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을 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메테르형 여성에게 결혼은 남편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이다.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아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내는 어머니,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돌보는 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돌보는 여성'으로서의 정체감은 데메테르 여성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데메테르 여성이 육아를 했을 경우, 아이들이 장성하여 떠날 때 겪는 '빈둥지 신드롬'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내가 돌볼 누군가가 있어야 정체감이 생기므로, 무의식적으로는 상대의 독립을 원치 않아 상대를 취약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다.

6. 페르세포네 - 지하 세계의 여왕, 어머니의 딸



-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납치 당해 지하세계로 끌려간다. 그녀는 순진무구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소녀와도 같은 이미지이다. 그녀의 극적인 생의 갈림길들은 마치 사고처럼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급작스러운 납치로 인해 남편이 생기는 것처럼,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일들 속에서 약간은 피해자인 것처럼 끌려가는 것으로 보이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지하세계의 여왕이기도 하다. 데메테르가 결국 페르세포네를 찾았을 때, 지하세계를 떠나 데메테르를 만나러가는 페르세포네에게 하데스는 석류를 건넨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지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는데, 하데스가 아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음식을 건넨 것이다. 페르세포네는 석류를 먹고,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만나자마자 하데스가 준 음식을 먹었는지를 확인한다. 페르세포네는 천진한 얼굴로 석류를 먹었다고, 나는 몰랐는데 하데스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페르세포네는 사실 알면서도 이것을 먹은 것이라 지적한다. '어머니의 딸'인 페르세포네에게는 사실 그 어머니에게서 독립하고픈 욕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 앞에서의 그녀는 천진하고 순진무구한 착한 딸일 뿐이다.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그녀가 지하세계로 간 것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고로 인한 것이었듯-그녀는 또 '자기 책임이 아닌 일'로 1년 중 1/3만을 지상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의 여왕이고, 어머니를 떠나 자신의 힘을 인식하고 난 후에는 천진한 딸에서 어둠의 세계의 여왕으로 극적인 변신을 할만큼 잠재적인 다른 면이 드라마틱하게 두드러질 수 있는 여성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순하고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처럼 순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양일 수도 있다.

7. 아프로디테 - 미와 사랑의 여신, 내면의 불씨를 사랑하는 연인



- 사랑과 미의 여신이자, 아름다움, 성욕, 관능을 즐기는 '연금술'의 여신으로 여성들에게 창조적 영감과 본능적 여성성을 만끽하게 부추기는 여신이다. 아프로디테형의 여성은 타인의 내면의 불씨를 사랑한다. 어떤 이에게서 불씨를 발견하면, 그것을 키워내는 것에 몰두하며 사랑을 쏟는다. 그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성이다. 그런만큼, 그 불씨가 꺼지거나, 혹은 커다란 불이 되면 금방 사랑을 끝낸다. 자기가 사랑한 불씨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은 타인 뿐 아니라 자신 내면의 창조적 불씨를 틔워 예술적 영감을 고양시키고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이성을 향해서만 발현되면,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가볍고 정숙치 못한 스캔들 메이커가 될 수 있다. 금방 반하고, 금방 관계를 맺고, 열렬히 사랑하다가 금방 식어버리고, 또 바로 다른 사람을 찾아 같은 것을 반복하는 그녀는, 헤라와는 정반대 타입의 여성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뮤즈처럼, 타인의 내면의 불씨를 틔워내고 잠재력을 이끌어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저 미칠듯한 연애만 반복하며 순간의 감정에만 도취되어 사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옮겨갈 대상이 내면에 있고, 이것을 계속 틔워낼 내적 동기가 충분하다면, 그녀는 예술가가 되고 뮤즈가 된다.




여신 원형은 여성들의 특정 유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신화는 집단무의식을 나타내고, 공통의 원형들은 인간이 가지는 특성들을 유형별로 상징한다. 그런 차원에서, 신화 속 여신은 여성 내면의 여러 부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어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위해 빗대어보는 대상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나는 어떤 유형의 여신을 활성화해서 쓰고 있는가?

어떤 여신의 목소리가 가장 큰가?

어떤 여신이 지금 내 삶에서 힘을 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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