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11

우선 걷기

by 김어항 AHANC


어떤 일은
고민을 오래 할수록
몸이 더 무거워진다.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하루가 끝나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가능성에 질려 조용히 입을 닫는다.

결국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지워진 꿈들을 많이 보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준비되면 시작할게.”
그런데 사실,
준비란 걸 마쳐본 사람은 거의 없다.

유대 경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승자는 일단 달리기 시작한 다음에 계산을 한다.
패자는 시작도 하기 전에 계산부터 하느라 바쁘다.”



살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적은
실패가 아니라
과도한 계산일지 모른다.

시작할 용기를 삼켜버리고,
내가 나를 너무 오래 들여다보다가
스스로를 미리 지워버린다.

나는 가끔,
막연한 확신이
정확한 계획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의심하지 말자.

우리가 무너졌던 건
틀려서가 아니라
애초에 걸어보지 않았기 때문이 더 많다.

달리면서 생각하자.
움직이면서 조정하자.
실패는 방향을 바꾸게 해 주지만
멈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무모한 도전보다
무반응의 삶이 더 무섭다.

두려움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자기 안의 고요한 믿음을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속삭임으로 지켜낸다.

반대로
아직 한 걸음도 떼지 않은 사람은
끝없이 조건을 찾는다.
돈이 모이면,
시간이 나면,
누군가 도와주면,
세상이 바뀌면.

하지만
모든 시작은 준비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러니
당신이 오늘
무엇이든 작게라도 시작했다면,
그것은 이미
남들보다 반 걸음 먼저 나아간 것이다.

지금 내 걸음이 작아 보여도
계속 걷는다면
그게 길이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나는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라
준비가 되어 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믿음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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