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삶과 일(II)

18. 또 먹거리?

by 기린

지난 3월 1일 (미국시간 기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이 즈음, ‘팔레스타인_ 삶과 일‘의 연재를 잠시 멈추는 것이 어떨지 고민하다가, 어찌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상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글의 연재를 잇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그럼에도 결국 글을 이어가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삶과 일 그리고 식탁에서 배운 것들로,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어려움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모든 순간을 지나며 우리가 배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에서 보낸 시간 역시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중요한 여정이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옛 기억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공간, 겹겹의 시간, 팔레스타인은 단일한 얼굴을 가진 땅이 아니다. 자치정부 지역의 일상, 이스라엘 거주민들의 삶, 인근 국가의 난민촌, 그리고 전 세계로 흩어진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까지, 이 모든 층위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지역의 음식이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레스타인의 식탁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이 땅을 지나간 문명과 제국,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팔레스타인의 음식은 이 모든 역사가 한 접시에 담긴, 살아 있는 기록이다.

아침의 상징, 마나키쉬

출장 일정은 늘 빡빡했고, 점심은 대개 짧고 가볍게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점심은 길게, 여유롭게”라는 전통을 지키려 애썼다. 늘 분주한 일정의 우리 팀의 사정을 알게 된 몇몇 분들은 저녁 식사로 우리를 초대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식탁에서 사진으로 담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 못해, 남겨진 사진들은 주로 레스토랑이나 자주? 갔었던 유명 식당에서 담아 온 것들이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제대로 맛본 것이 바로 마나키쉬였다. 반은 자아타르(za’atar), 반은 치즈를 올린 마나키쉬는 팔레스타인과 레반틴 지역의 아침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아타르는 이 지역의 땅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향신료 블렌드이고, 치즈는 지역마다 다른 풍미를 지닌다. 반반으로 올린 마나키쉬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현지인의 유머이자 실용성의 표현이었다.

그날의 식탁은 단순한 저녁이 아니라, 이 땅의 일상과 환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긴 여정의 비행, 날마다 넘쳐나는 미팅에 늦도록 일에 치여 지내면서도 잊을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요리와 음식들, 어느 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만 이내들의 역사적 사실에 근간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이스라엘의 거주민, 인근 이웃국가의 피난민 거주지와 해외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민족, 아랍인들이 흔히 먹는 음식에는 유난히 사연으로 가득해 버였다. 팔레스타인에 정착했던 여러 문명의 혼합으로, 특히 아랍 우마이야 왕조의 정복으로 시작된 아랍 제국 시기로부터 그 이후 및 페르시아 제국의 영향을 받은 아바스 왕조와 마지막으로 오스만 제국의 터키 요리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러한 경향은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요리를 포함하는 다른 레반틴 요리에서도 유사하게 찾아볼 수 있음도 이후 중동 몇몇 국가에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또 하나, 팔레스타인에서 매번 점심시간을 길게 가진다는데, 우리 팀의 경우 일정 조율에 치이고 미팅에 쫓기다 보니 점심은 가볍고 짧게 해치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정을 알게 돤 몇몇 분들의 초대에 응하거나 팀들은 저녁시간에 낮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다양한 음식 종류를 일부터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워낙 지역마다 다른 조리법에 지역 특성에 맞는 재료가 쓰인다 했고, 각각의 재료들은 당연히 기후나 토양을 기본으로 지역마다 특징적인 전통에 따름을 알게 되었다. 관광지에서 맛본 음식 중 도심지의 그것들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난스럽게 기억에 갈릴리 지역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았다. 다시 이 글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다시 사진자료를 보면서 그 맛을 살려 보낸 정말 오랜만의 기억을 새록새록 살려낸 즐거움도 있다.

신선한 채소에 구워 얹은 채소도 맛의 풍미가 더해 주었다

토마토는 굽거나 신선한 체로 얹고, 주키니, 피망, 고추를 다시 얹어 소스를 겸하는 팔레스타인과 레반틴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조합으로, 강한 불향이 재료의 단맛을 끌어올리고 올리브오일과 허브가 더해지면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되는데, 특히 이 지역의 음식이 ‘소박하지만 깊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가 바로 이런 조리 방식으로 설명되었던 기억이 있다.


병아리 콩은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렸고 맛을 더해 주었다


틈틈이 낮시간에도 즐겨 찾던 요리 중 하나, 레스토랑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섞인 메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퀴노아, 병아리콩, 오이, 토마토, 민트가 어우러진 샐러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볍고 균형 잡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였다. 이런 음식은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식문화의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되, 조리 방식은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감각을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변화와 생동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식탁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음식은 늘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을 수 없음이 특징 중 하나 일 것이다. 긴장 속에서도 식탁은 이어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초대하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음식 나눔은 생존의 기록이자 공동체의 언어이며, 이 땅의 사람들은 그 언어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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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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