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_삶과 일(II)

17. 4년의 기다림, 다시 쓰는 희망의 설계도

by 기린

지난 3월 1일 (미국시간 기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이 즈음, ‘팔레스타인_ 삶과 일‘의 연재를 잠시 멈추는 것이 어떨지 고민하다가, 어찌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상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글의 연재를 잇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이른 아침, 팔레스타인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한 조찬은 한국의 익숙한 풍경과는 진심으로 다른 생동감을 보여준다. 1, 2층으로 나뉜 카페 구조 중 아래층에서 자기가 마실 차나 커피를 직접 주문하여 위층 미팅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모여 앉는 그들의 모습에는 어떠한 형식적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미팅에서 순번으로 정해진 사회자(Moderator)가 대화의 시작을 알리면, 각자의 사업 관련 정보를 나누고 적극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활기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한국 창업 시장의 현황과 향후 상호 교류 방안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이들의 뜨거운 눈빛 속에서, 척박한 환경조차 꺾지 못한 미래를 향한 열망을 읽어낸다.


변화된 환경, 정교해지는 과업의 밑그림

팔레스타인 최고 기업인 팔텔(Paltel)과의 미팅을 통해 과업의 세부적인 밑그림을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잇는다. 최초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4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환경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기에, 새롭게 과업의 범위(Job Scope)를 정리하고 즉시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일을 위한 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정에 자연스레 이끌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만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기업 방문 직후 이어진 즉석 2차 미팅을 통해 관심이 높았던 기업으로의 방문 일정을 추가로 확정하며, 현장에서의 과업은 더욱 긴밀하게 조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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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과업은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이끌어갈 네 가지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로 구성된다. 정부 공무무원(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핵심 인력), 성장기 기업(2단계 투자를 기대하며 스케일업을 꿈꾸는 기업들), 예비 창업자(기초 교육을 마치고 실전 창업을 준비하는 인재), 청소년(팔레스타인의 내일을 책임질 미래 세대)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초청을 통해 각 대상에게 최적화된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이들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단계의 최종 목표가 된다. 기초 조사에 근거하여 현지 관련 기관들과 세부적인 조율을 마치는 즉시, 약 2년 반 이상의 긴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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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대지 위에 심은 희망의 약속

척박한 온통 회색빛 나라 팔레스타인에서 일주일이 넘는 일정을 소화하며, 해야 할 일의 무게를 다시금 가슴에 새긴다. 회사에서 쉽게 용납되기 어려운 긴 일정이지만, 원거리라는 제약과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간이다. 때로는 신비롭고 때로는 경외로운 이 땅의 모든 사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는 어려우나, 서울에 돌아가는 즉시 이 생생한 기록들을 하나로 정리하여 실행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8개월 전의 기억을 소환하며 시작했던 이 공부와 기록들은, 결국 더 나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꿈을 꾸는 이들을 향한 작지만 단단한 응원이 된다.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소통이 열 배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짬짬이 남긴 이 기록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가교가 되기를 소망한다. 척박한 땅에 심겨 굳건히 견뎌내는 가시나무처럼, 전운이 감도는 곳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눈빛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비행기 창밖으로 멀어지는 이 땅의 풍경을 바라보며, 가치 있는 것을 나누는 일에 망설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심고 새날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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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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