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낡은 골목 끝에서 만난 다정한 환대
지난 3월 1일 (미국시간 기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이 즈음, ‘팔레스타인_ 삶과 일‘의 연재를 잠시 멈추는 것이 어떨지 고민하다가, 어찌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상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글의 연재를 잇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팔레스타인 비르젯(Birzeit)의 올드 시티는 동유럽의 오래된 거리처럼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큼 좁은 골목길이 이어지며, 세월을 견뎌낸 반질반질한 돌길이 이방인을 맞이한다. 낡은 풍경은 단순한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오래된 것을 소중히 지켜온 사람들의 의지가 만든 결과였다. 국경을 넘으며 마주했던 회색빛 긴장감과 달리, 이 고요한 골목에는 서울의 번잡함과는 다른 묵직한 삶의 결이 차분히 쌓여 있었다.
골목 안쪽의 소박한 옛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화려한 장식 대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주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식사 시간이 지나 한산한 식당에서 주인 할머니는 낯선 동양 손님을 위해 정성을 담아 음식을 준비했다. 언어는 온전히 통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대접하려는 손길은 국경의 장벽을 넘어 그대로 전해졌다.
곧 식탁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요리들이 차려졌다. 감자와 계란이 투박하게 어우러진 볶음 요리, 중동 특유의 향이 살아 있는 고기 요리의 따뜻함은 낯선 땅에서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특히 우기 전 수확한 귀한 올리브로 손주가 직접 담갔다는 장아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미소에는 세대를 이어 삶의 터전을 지켜온 이들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비록 장아찌는 아직 맛이 덜 들었지만,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깊고 따뜻했다.
갓 튀겨낸 바삭한 팔라펠을 한입 베어 물자 허기뿐 아니라 이국의 고립감까지 녹아내렸다. 낡은 주방에서 묵묵히 식재료를 다듬는 여인의 뒷모습은 외부의 위협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의 평범한 일상을 상징하는 듯했다. 팔라펠은 병아리콩 또는 잠두콩(혹은 두 가지를 섞은 것)을 곱게 갈아 향신료와 허브를 넣고 반죽한 뒤, 작은 공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요리로, 겉은 단단하고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고소한 식감이 특징이다. 표면이 거칠고 단단하게 튀겨져 있어, 전형적인 팔레스타인식 팔라펠의 질감이 너무나 잘 드러났고 맛도 일품으로 일행 모두 한결같이 으뜸으로 꼽았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정한 환대와 오래된 도심의 정취는, 국경에서부터 곤두서 있던 이방인의 경계심을 어느새 부드럽게 녹여냈다. 무너지고 낡은 골목 끝에서 맛본 소박한 성찬은 어떤 화려한 만찬보다 따뜻했고, 그 속에서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지속 가능한 삶’의 원형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문밖으로 나오자 좁은 골목길에 한낮의 따스함과 향신료 냄새와 빵 굽는 냄새, 돌길의 질감까지… 모든 것이 한순간에 뒤섞여, 이 도시만의 고유한 숨결이 되었다. 일정을 마치고도 오랫동안 비록 음식의 이름이나 재료는 제대로 다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라도 그 순간을 남겨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질 만큼 깊은 울림을 남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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