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나뉘지 않는다

14. 상실 수업(1)

by 기린

공부를 열심히 하던 지난 수년간의 기록을 다시 챙겨듭니다.

image.png 벌써 4-5년은 족히 되었을, 공부 시작하면서 정리한 자료 중에서 발췌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언어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말하지 않았고, 말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면 죽음은 늘 우리 뒤 어딘가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 두려 했습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죽음은 늘 그랬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오래전 곁에 두었던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어느새 낡아버린 책, '상실수업'입니다. 이 책은 읽어서 닳아버린 책이라기보다 한때는 그저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마음이 조금은 위로되던 책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그 책을 꺼내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봅니다. 단지 책에서 말하는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과 ‘나의 상실’에 대한 마음을 천천히 정렬해 보고 싶어 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다시 시작한 1번과 6번의 나눔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점차 '죽음을 마주해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어느새 그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꼭꼭 숨기고 잠가 놓고 말았습니다. 상실을 연구해 온 여러 작가들은 죽음을 삶의 반대편에 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죽음을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하나의 창으로 바라봅니다. 죽음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말하지 않았고,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어느새 우리 뒤 어디엔가로 따라 길을 나섰는데, 자꾸만 꼭꼭 숨겨두려 합니다. 죽음은 늘 그랬습니다. 어느새 낡아버린 책으로 곁에 있던 '상실수업'도 그랬습니다. 이제 다시 꺼내 들고 책상 위에 얹어봅니다. 비단, 책에서 말하던 그 죽음만이 아니 '나의 죽음'과 '나의 상실'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정렬하고 현실의 테이블 위로 올려놓아 봅니다.


대표적으로 죽음과 상실을 연구한 정신과 의사
Elisabeth Kübler-Ross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겪는 중요한 감정의 과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연구는 이후 상실과 슬픔을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열어 주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죽음은 우리를 파괴하기 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을 더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회차 정리의 글에서,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을 ‘돌아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애초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 표현은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운데 하나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생각을 따라 여러 글을 이어 읽다 보니, 종교적 색채가 담긴 책들 속에서도 비슷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단순히 죽음을 말하는 표현이 아니라 몇 가지 공통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것,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것, 그리고 그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그것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글에서는 다른 방식의 연결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 읽다 보니, 죽음은 조금씩 다른 언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이 두려움의 언어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귀향’의 언어로도 이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그렇게 바라보게 될 때, 우리의 생각은 조금 느슨해집니다. 삶을 붙잡고 있던 단단한 두려움의 틀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깊이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상실수업'을 펼쳐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죽음을 설명하려는 책이 아니라, 상실을 통해 인간이 어떤 감정을 지나가며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이 말하는 상실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상실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사건일까요, 아니면 삶을 다시 배우게 하는 또 하나의 수업일까요? 그 질문의 답을 '상실수업' 속에서 천천히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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