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음식 1

06. 이렇게 맛난 호텔식

by 기린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칠흑 같은 밤을 지내고, 넓은 호텔에 낯선 투숙객이 된 그 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에 도착해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일행들과 각자의 방으로 배정받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장 난 시정장치였고, 호텔 직원들은 온통 건장한 아랍 남성들이었다. 어찌어찌 단속을 마치고 방에 모인 일행들과 시원치 않은 대화를 이어가다 어설프게 쪽잠을 청했지만, 주변에 시설물이 거의 없는 탓인지 호텔은 지나치게 높았고 방음도 좋지 않았다. 결국 학생들의 등굣길, 직장인들의 출근길 소음이 그대로 들려오는 가운데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지난밤의 피곤함을 고려할 겨를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바로 시작될 일정에 서둘러 나서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 23층의 루프톱 레스토랑에서 맞은 첫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장시간의 비행, 텔아비브 공항의 이민국 심사, 국경을 넘는 통관 절차, 그리고 자정 무렵에야 도착한 호텔까지… 만 이틀 만에 긴장감에서 겨우 벗어난 상태였다. 게다가 눈앞에 펼쳐진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앞에서 식욕은 절로 충천했다. 각자의 입맛을 챙길 여유도 없이 거의 게걸스럽게 식사를 마쳤는데, 이후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눈 여담 속에서도 그날의 아침식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image.png 신선함으로 이미 맛은 최고로 보장되었다

아침의 주 메뉴는 중동 지역의 빵과 병아리콩으로 만든 소스, 그리고 다양한 치즈였다.

첫날 호텔 고객은 우리 일행 5명을 포함해 고작 7명 남짓. 원래는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었지만 손님이 너무 적어 단체석을 마련해 모든 메뉴를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주말이나 특별히 손님이 많은 날을 제외하고는 마지막 날까지 같은 방식으로 정성스러운 조찬이 이어졌다.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그곳의 아침 메뉴는 커피를 부르는 맛이었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편임에도 향이 먼저 좋았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전혀 다른 깊고 진한 풍미가 있었다. 그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image.png 호텔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_어디에도 신선한 식재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호텔 방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은 다소 삭막했다.

호텔 뒤편의 공원도 황량해 보였지만, 머무는 동안 주말에는 작은 장이 열렸고 학교 행사로 퍼레이드까지 구경하는 행운도 있었다. 다만 주변 환경만 보면 신선한 식재료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척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예상과 달리, 그날 이후 우리 일행은 매일 아침 신선한 식재료로 준비된 최고의 식사를 대접받았다. 호텔 투숙객은 늘 여러 국가에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로 방문한 일행을 포함해 10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호텔은 늘 최선을 다해 식사를 준비했고, 수줍지만 먼저 챙겨주며 친절을 아끼지 않던 직원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image.png 머무는 동안 자주 들렀던 Cafe-coffee 맛을 잊을 수 없다


시간이 분주할 점심(이동거리나 미팅이 길어지면 급하게, 간단히 먹어야 했던 샥슈카(Shakshuka)? 에 빵 몇 조각, 여러 곳에서 먹었지만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다만 레스토랑의 위치나 규모에 따라 모양이라 맛이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고 늘 함께 청했던 콜라 한 캔, 콜라는 가히 세계적인 음료인 게 분명하다. 머무는 동안 1년 먹을 콜라 양보다 더 마셔댔던 것으로 기억된다.

image.png 어쩌든 분주한 일정 중에는 간단한 음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image.png 식사 때마다 가장 사랑? 받던 캔콜라


낯설고 긴장되었던 첫날밤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희미해졌지만, 매일 아침 우리를 맞이하던 신선한 식재료와 따뜻한 환대는 일정의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러 차례의 방문과 체류 동안 곳곳에서 감지되던 작은 전운의 기운이 때로는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지만, 척박한 주변 환경과 대비되는 풍성한 식탁, 그리고 작은 친절들이 쌓여 만들어 준 편안함은 그곳에서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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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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