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죽음공부에 빠지다(2)
1997년에 작성해 두었던 유언장과 1999년 시신기증을 약속했던 증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준비하는 인생 2 모작이 때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제게는 아직 그 단계에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서둘러 공부에 몰입했고,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으니 책은 날마다 쌓여 갔고, 그 내용을 어떻게 전할지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잠시 벗어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자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사회적 기업’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호기심으로 사회적 기업을 공부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은 큰 자극이 되었고, 운영하던 원단 무역회사를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 7명의 직원이 스스로 운영의 주체가 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때였고,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막연히 준비하던 제안서를 바탕으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대표 없이 6명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6개월간 시험해 보았지만, 3개월 남짓 지나 직원들이 먼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지속되지 못해, 결국 사회적 기업 전환은 무산되었고, 회사는 의약품 도소매업을 하던 거래처를 통해 M&A로 정리되었습니다. 회사명은 사라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언제든 20여 년간의 무역회사 운영 경험은 따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도 가져봅니다.
무역회사의 전환은 실패했지만, 이후 후배들과 만든 컨설팅·교육 중심의 회사는 예비사회적 기업 문턱까지 이르렀고, 협동조합으로 전환되어 지금은 후배 이사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취득한 경영지도사 자격과 스리랑카 해외봉사단원으로서 소액금융을 지원했던 경험은, 정부가 사회적 기업 설립과 운영을 확대하던 시기와 맞물려 여러 교육을 이수하고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기반이 되었고 그렇게 사회적 기업 지원은 내 주요 활동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의 창업을 통해 뜻을 실현해 왔지만, 인생 2 모작이 ‘웰다잉’과 연결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무렵, 공간임대와 정부 사업 연계 기업인큐베이팅을 주업으로 하던 회사의 임원으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인생 2 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고, 뜬금없는 창업을 시작으로 2021년 8월 1일, 결국 새로운 2 모작의 모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정말 잘 살다가, 어느 날 홀연히 하늘로 소풍 가는 그날, 이생의 삶에서 ‘아름다운 하늘 소풍‘을 주제로 사회적 기업가 육성팀에 선발되며 ‘한국형 웰다잉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 공포 이후 교육 참여자, 예비사회적 기업가, 강사·멘토·컨설턴트, 중앙심의위원과 부처 심사위원까지 이어진 20여 년의 시간이 지금의 모습으로,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달리기를 시작하겠다며 머리띠를 질끈 매고 출발선에 서게 된 것입니다.
하늘 소풍이라는 개념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결국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마지막 여행’으로 이해하고, 잘 떠나기 위해 지금을 더 잘 살아내려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일상과 선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죽음공부는 어느새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재정비하는 힘이 되었고, 나의 경험과 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점점 더 커졌고, 남겨진 사람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 나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는 주체성,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맞이하고자 하는 소망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늘 소풍’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잇는 철학이자 실천의 언어로 자리 잡았고, 이 철학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생 2 모작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이어진 죽음공부는 결국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꾸리는 데까지 나아갔고,.‘아하소풍’이라는 이름의 엔딩노트를 펴냈고, 두 사람 이상이 모였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된 ‘엔딩코디네이터’로서, 나는 또 한 번 새로운 인생 2 모작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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