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때부터 나는 졸업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여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중간항로를 거쳐온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하는 가를 한참 고민했던 것같다. 고등학교때 꿈은 기자였는데, 대학생이 되어보니 그건 그냥 내가 억지로 만들어냈던 꿈이었던듯 싶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 두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여행다니는게 좋았다. 그리고 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나는 내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국내여행을 계획했다.
지역은 경주. 경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스라엘에 가던 해 5월에 짧은 여행에서 마주쳤던 연하의 남자친구가 된 그가 사학과였고, 경주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했었다. 이스라엘 다녀와서 헤어졌기에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혼자라도 가보고 싶었다.
일단 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부모님 설득하기 신공을 발휘해서, 경주여행가는 비용을 정리하고 경주를 왜 가고 싶은지, 가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문서를 작성하여 아빠에게 보여드렸고, 아빠는 바로 허락을 해 주셨다. 경비는 대략 1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엄~~청 느렸는데, 그때 나는 경주에 있는 대학교를 검색해보았고, 경주 대학교에 '여행 동아리'가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동아리 소개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로, 나의 소개를 쓰고 경주여행을 하고 싶은데, 숙박을 제공해줄 수 있겠냐고 (지금생각하니 완전 뻔뻔) 이메일을 보냈고, 신기하게도 답장이 왔다.
본인들은 관광경영, 호텔경영학과 사람들로 구성된 동아리인데, 얼마전부터 경주를 알리기 위해서 경주에 오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구상중이었다고, 마침 잘 되었다는 것이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했다. 경주 대학교 대학생들 세명이 마중나와 있었다. 3박 4일동안 묵을 곳으로 태워주셨는데, 그곳은 경주 대학교에서 매년 뽑는 평강공주 콘테스트에서 그 해의 평강공주네 자취 집이었다.
평강공주님이 식사도 제공해주셨고, 여행 동아리 분들과 함께 술자리도 했다.
경주는 중학교때 수학여행때 가보고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경주가 좋았었나 싶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감탄을 했다. 첨성대가 있는 공원에서 한시간을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었고, 남산을 혼자 꼭대기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할머니들과 이야기했던 기억도 있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바닷가에서 옛 남자친구의 삐삐에 파도소리를 남겨주기도 했다. 남산을 혼자 오르고 내려오는데 친절한 아저씨가 정류장까지 차도 태워주셨다 (웨딩사업을 하시는 분이셨다)
그러니까, 경주가 제 2의 고향이 될 것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진로 고민에 대하여 경주대학교 동아리 분들은 진심을 다해 조언해 주셨고, 나는 호텔 경영을 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부터 전공 공부 뿐아니라 엄청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과 톱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꿈이 생기고 그 꿈을 계획하자 공부가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그게 결과로 나왔다.
그리고, 휴학을 했다. 길을 찾아보던 중 미국호텔에 취업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종로에 있는 유명 외국어학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영어 수업과 연계해서 90%이상 출석을 하면 환불도 해주고, 미국 비자 프로세싱도 도와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 수업은 재밌었고, 우리보다 먼저 미국 호텔 취업에 성공한 사례들도 듣게 되었다.
하지만, 꿈에 부풀어있었던 나의 꿈은, 미국 비자 인터뷰에서 떨어져 무참히 좌절되었고 (비자 거절 사유는, 불법 체류의 여지가 있음) , 뜨거운 온탕에 있었던 나의 열정은 차가운 냉탕으로 변해버려, 몇달동안 집에서 먹기만 했다.
처음으로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했는데, 외부적인 요인으로 좌절되었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해서, 그 이후에는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살았던 적이 없었다.
10년 후 미국 기업에 취업해 미국 연수를 가야해서 비자 인터뷰를 봤을때는 정말 너무 허무하게도 바로 도장을 찍어주었다. 'The situation got changed' 라고 하며...
나의 호텔 경영학과의 꿈은 좌절되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모든 상황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그때 그 꿈이 좌절되었기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진 내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