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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06. 2021

아스퍼거 증후군

108배 수행 첫째날 (21년 8월 5일)

내 마음을 바꿔보고자 100일동안 논어필사를 한 것이 떠올랐다. 

날 수 채우기에만 바뻤던 그 날들. 내 마음의 무엇을 알기를 바랬던 것일까 몰랐던 작년.

그렇게 100일 필사는 채웠지만 나의 마음은 비우고, 채우지 못했던, 그 날들


108배 수행을 시작하였다. 


종교의 문제를 떠나서 그녀가 나에게 108배 수행을 100일동안 하라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동생이 알려주었다. "그분도 108배 수행했다고 들었어"

그런 이유였을까. 본인이 해보지 않고 남에게 하라고 하는 사람은 아닐테니, 일단 나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A4용지 한장 반에 채워진 10년동안 쌓였던 남편에 대한 나의 불만들. 

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세줄만 채워넣었어도, 그녀는 이미 파악을 했을 것이다.


'아스퍼거증후군'

100명에서 130명에 한명꼴로 나타나는 아스퍼거 증후군.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문제가 있고, 고집이 쎄고, 상대방이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모르고, 은유적인 표현은 못알아듣고, 수동적으로 아내가 시키는 일만을 하고, 사회성도 없고, 친하게 지내는 직장동료 또한 없어 매번 귀가시간이 거의 일정하고, 대부분 집에와서는 휴대폰 게임, 컴퓨터만 하고.. 법없이도 살 사람이지만, 배우자들은 안다. 소통 불가.


10년동안 그렇게 나의 감정을 몰라주냐고, 공감해주지 않냐고, 편에 서주지 않냐고, 남편이긴 한거냐고, 우리가 가족인건 맞냐고, 방에 쳐박혀 게임하고 컴퓨터만하고 육아를 같이 해주지 않느냐고, 너만 돈버냐고 나도 돈번다고, 육아 같이 하자고.. 외쳐왔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그런 능력은 어떻게 타고 나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는데,


남편을 '아스퍼거 증후군' 이렇게 한 단어로 정의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도서관에서 '내 남편은 아스퍼거 1,2,3' 권을 빌려와서 단숨에 읽었다.

일본여성이 16년만에 남편이 아스퍼거라는 것을 알고,남편의 특징과 일상을 만화로 엮어낸 것이다

어떤것은 일치하고, 어떤것은 일치하지 않았지만, 

아스퍼거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적용될만큼 동일한 것은 아니고 자라온 환경이나 기질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작년부터 몇달에 한번씩 다녔던 트라우마 센터 상담 예약이 마침 다음주 금요일에 잡혀있다)


내 남편도 아스퍼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10년간의 상황이 정리가 안된다. 


만약 그것이 맞다면, 내가 앞으로 생각해야할 것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아이처럼 키우면서 끌어안고 살거나, 나는 공감이 꼭 있어야 행복한 사람이니 그와는 헤어지거나.


100일간의 108배 여정은 그것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정이 될 것이다. 


오늘은 어쨋든 첫날이다. 

108배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라 일단 앱을 깔고, 유튜브에서 108배 동영상을 찾아보며

최대한 정식으로 시작했다. 

첫날이라 딱 반만 했다. 54배. 

그래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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