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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11. 2021

지지 않는 사람

108배 수행 7일째 (21년 8월 11일)

지지 않는 사람들의 가장 큰 흠은 갈등을 풀어가는 지혜와 진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 않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에 관계를 끊는 파국적 선택으로 갈등을 종결해버린다. (최은철 교수 아주 보통의 행복 중)


남편과 나는 둘다 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경상북도 대구 사람에다가 두 아들 중 장남이다. 그의 어린시절이 어땠는지, 대학교시절까지 어땠는지는 별로 들어본적이 없다. 미술을 하다가 때려쳤다는것, 그냥 가출하고 싶어서 가출했는데 집에 들어왔더니 어머님이 아무말씀도 안하시고 시장에 가셔서 비싼 옷을 사주셨다는 것. 그 두가지였다. 


나도 장녀였고, 아버지 사업이 두번째 망했을때는 1년 먼저 말레이시아에 나가 있던 내가 식구들을 말레이시아로 불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내가 가장 노릇을 하기도 했다.(노처녀 가장)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대학교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건 다 해보았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벌었다. 학원 선생님, 과외, 과 사무실 근로장학생..부모님은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것을 지지 해주기도 하고, 그냥 보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너는 의논이 아니라 통보라고 하면서 화를 내시기도 하셨다. 그렇게 나의 세계를 확고히 쌓아나갔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그냥 의견일 뿐이었고, 내가 결정한 것은 해야만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본인들 마음대로 하고 살아왔던 두 남녀가 늦은 나이에 만나서 결혼했다. 


그리고 서로 지지 않으려고 했다. 


내 기준의 상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욱을 남편에게 써먹었고, 남편은 내가 왜 욱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욱했다. 그렇게 결혼하고 매일 싸웠는데, 화해하는 법을 몰랐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했다. 


침묵을 불편해했던 것은 언제나 나였고, 먼저 말을 거는 것도 나였고, 때로는 아무리 판을 돌려봐도 내가 잘못한일이 아닌데 내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난 그것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삼 요즘 난 지고 있었던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0년간의 남편의 흠을 모두 맘속에 담고 남편이 미울때마다 그 흠들을 끄집어 내서 마음 속에 악을 쌓았다. 다른 방향으로 지지 않으려고 한 것 뿐이다. 


오늘 읽은 최인철 교수님의 '아주 보통의 행복'의 저 문구들이 계속 맘에 걸린다. 


108배 수행 7일차인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서 계속 질문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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