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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16. 2021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프레임

108배 수행 11일째 (21년 8월 16일)

아이와 주중에 항상 함께 있었으나 놀아주지는 않는 엄마였다. 이번 연휴동안 나만의 시간을 잠시 미뤄두고 여름이 끝나기전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이와 무엇을 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하는 순간에는 힘들다. 온갖 요구와 짜증을 들어주고 있다보면, 누구를 위한 휴일인가.. 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도 이번 연휴는 나도, 아이도 좋은 추억을 만든것같다. (나만의 착각일까)


아직 남편하고 대화는 하지 않지만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은 같은 듯하다. 계획해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남편이 알아보고, 아이와 8월초 휴가를 몇일동안 함께 했던 가평 계곡으로 아침일찍 서둘러 갔다. 물놀이를 가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엄마라는 걸 아는지, 아이는 가기전부터 나에게 물에 같이 들어가자고 졸랐고, 마침 가져간 구명조끼가 있었기에 아이와 물에 들어가 함께 한참을 깔깔대며 놀았다. 조용한 계곡에 가족들이 꽤 있었지만, 우리 가족이 가장 시끄럽다.


텐트와 캠핑의자등등을 능숙하게 챙기고,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고 드는 남편을 보고, 당신도 변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결혼 초 제주도 여행.


2013년 헝가리 프로젝트 시작 전, 오른팔에 진한 통증을 느껴서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다. 회사 근처 동네 의사 선생님은 내 오른팔의 뼈가 물로 차 있다며, 조그마한 충격을 받으면 당장에 팔이 골절이 될 위험이 있다고 하였다. 엠뷸란스를 불러서 당장에 수술을 해야한다며너 판교의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정형외과로 나를 보냈다. MRI를 찍고, 오른팔에 인공뼈를 이식해야해서 수술비가 꽤 들테니, 보험이 있는지를 병원에서 확인하였다. 그리고 2주후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회사에 돌아와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수석님 한 분이 왜 작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을 내리나며, 진심 화를 내셨고,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분당 서울대 병원에 정형외과 교수님을 소개를 받아 그곳으로 진료를 받으러갔다. 분당 서울대 병원 선생님은 지금 수술하나, 팔이 부러져서 수술하나 시점은 상관이 없다고, 지금 괜히 수술할 필요 없이 팔이 부러질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그렇게해서 수술을 하지 않고, 가지 못할 뻔 했던 헝가리 프로젝트를 갈 수 있었는데, 그 때 프로젝트 멤버들은 내 팔의 상태를 알았기 때문에 공항에 마중을 나와서 내 짐을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내 핸드백까지 들어주었다. 그런 고마운 멤버들과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간 남편과의 제주도 여행.


캐리어 두개를 숙소까지 가져가야하는데 남편은 나의 팔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본인은 허리가 아프니 캐리어 하나는 들지 못하겠다고 짜증을 내었다. 서운함.

가족이 아닌 사람들조차도 나의 팔 골절을 염려하여 무거운 짐이며, 가벼운 짐이며 들지 못하게 하는데, 너는 남편으로서 그런 배려도 없구나...


그런 프레임으로 결혼생활 내내 남편을 바라봤었다. 무거운 짐은 나와 공평하게 들어야하는 너, 나를 배려하지 않는 서운함.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편은 변해왔다. 오늘처럼.

한가득 짐을 싣는 것도 남편이고, 텐트를 치는것도 남편이고, 이제는 짐 있는 곳까지 차를 끌고 오는 센스도 생겼다. (예전에는 나와 함께 무거운 짐을 나눠들고 차 있는 곳까지 함께 걸어갔다..)


어쩌면 변하지 않은 것은 남편을 바라보는 나의 갇힌 프레임인가.

오늘 108배 수행은 남편의 변화를 생각해보며,,,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는 두 번째 이유는, 상대를 옛날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중략) 가장은 가장으로서, 책임자는 책임자로서 역할에 맞게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들의 달라진 행동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나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성장한다. 나이와 함께, 직급과 함께 그들도 성장한다. 그들을 지금의 나이와 직위에 맞게 대접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입에서 '저 사람 이상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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