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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18. 2021

얻은 것 없는 프로젝트

108배 수행 13일째 (21년 8월 18일)

2016년 아이가 돌이 되기 전에 6개월짜리 타부서 네덜란드 장기 프로젝트를 지원했었다. 6개월 내내 네덜란드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3주에 한번 씩 한국에 돌아와서 1주나 2주 가량 있다가 다시 출장을 나가는 그런 일정이었다.친정엄마가 주중에 아이를 돌봐주시고,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았다. 


그런 상황이 고마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주말에 아이를 보는 남편을 믿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과자나 사탕을 먹이는건 당연한것이고, 끼니는 하루에 한두번 챙겨주고, 하루종일 거의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이 사실은 어쩌면 매번 그랬을 수도 있고, 한번 그랬을 수도있고, 반만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깊어졌다. 


프로젝트 중간에 한국에 있다가 네덜란드로 다시 출장 나가기 바로 전 날, 남편이 골프채를 챙기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지레짐작하여 골프채를 왜 가져가냐고 물어봤고 남편은 버럭 화를 내며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그렇게 친정엄마 앞에서 싸움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힘들게 애를 보고 있는데, 엄마의 육아 시간을 줄여줄 생각은 안하고, 스크린 골프를 주말에 치러간다는게 재정신이냐고 나는 같이 화를 냈고, 친정엄마 앞에서 남편은 나에게 손지검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나는 때려보라고 다시 악을 썼고, 엄마가 싸움을 말리신 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한 남편은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가"


 출장은 나가야했고, 이혼 서류는 물론 준비할 수 없었다. 


아이는 남편이 데리고 있을꺼고, 주말에 나는 아이와 영상통화도 할 수 없었다. 출장지에서 나는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고, 걱정되었고, 또 다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약자일수밖에 없었다. 


6개월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우리 부서일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간고과를 받았고, 좌절했다. 얻은 것 없는 프로젝트라고 카톡 프로필로 설정을 하기도 했었다. 거기다가 4년전에 나를 퇴사 생각까지 하게 했던 부서장은 그 해 다시 나의 부서장이 되었다. 


오늘은 108배를 하면서 여기까지 생각해본다. 얻은 것이 없었던 프로젝트 그리고 출장 복귀 후 힘들었던 육아와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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