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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26. 2021

현모양처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던 남편

108배 수행 21일째 (21년 8월 26일)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하던 중에 남편이 그랬다

"나는 내가 결혼해서 청소하고 빨래하게 될 줄 몰랐어. 난 현모양처와 결혼하는게 꿈이었거든"

나는 황당해하며 바로 받아쳤다.

"나는 내가 결혼해서 일을 계속해야 될 줄 몰랐어. 그리고 나는 키 180센티에 초콜렛 복근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게 꿈이었는데"


내 일생에서 가장 잘 받아쳤던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와이프에다가 덩달아 돈까지 잘 벌어오는 여자를 원했던 것일까. 남편은 대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신혼때 나보다 월급이 훨씬 적었고, 시간이 갈 수록 그 격차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한달에 100만원을 나에게 주며, 한달에 어느정도 비용이 드는지도 모르고, 돈을 왜 모으지 못하냐고 핀잔했다. 천원을 주면서 담배도 사고 남는돈으로 콩나물 두부사고, 남는 거스름돈은 너 가져.. 이런 격이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셔서 드리는 용돈, 식비, 외식비, 모든 생활비, 보험료, 자동차 유지비등등 매년 이런 논쟁이 있을때마다 나는 3달치 비용들을 다 까서 보여주는데도 일년마다 이런 다툼이 반복되었다.


이런 다툼은 내가 작년 12월부터 남편한테 일정 생활비를 받는게 아니라 남편의 월급을 모두 가져오고, 내 월급, 보너스를 다 까고, 복식 가계부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끝이 났다. 자산과 부채를 구분하고 지출과 수입을 관리하면서 한달에 버는 수입대비 지출을 보여주고 순이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끽. 하고 입을 다물었다.


기저에는 내가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티는 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남편은 알아챘을 것이다. 내 수입이 남편의 수입을 많이 뛰어넘고, 이제는 은퇴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만들꺼라며 이것저것 하며 소액으로라도 수입을 만들어내는 나를 보며, 남편은 더 위하감을 느꼈을 수도있다. 돈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있었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고.. 이건 언제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니까..)


집에서 살림하며 애 키우고 남편에게 복종하는 현모양처와 결혼하는게 꿈이었던 남편은 나와 결혼하면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었을텐데,, 왜 나와 결혼했을까?




오늘 108배는 내가 어떻게 해야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해 108번 질문했다...(무릎이 아프다.. 100일동안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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