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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쌤의 "화해"가 육아에 끼치는 영향

잘해주는 엄마가 있써스면

by 꿈꾸는 유목민

19년에 구입해놓고 읽지 않았던

'오은영의 화해'를 읽으며

올해 한 해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며, 치유했던 과정들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밑줄을 그으며,

문장을 되뇌이며,

나의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 어제 아침이었건만,

그날 아침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아이가 장난치듯이 보고있는

유치원 숙제를 냉정하게 덮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아이가 세이펜으로

노부영 사이트워드리더를 열심히

따라 읽는다.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빵터졌다.


샤워하면서 내내, 나의 옹졸함에,

쉽게 무너지는 나의 다짐들을

반성했고,

샤워하고 나가서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화해는 정작 아이가 먼저 청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어제 아침의 전쟁같은 상황이 끝났는데,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아이가 몸을 비비꼬고 장난치며 보고 있는

책들을 재활용통에 가져다 버렸다.


이번에는 샤워하면서도,

어제와 비슷한 상황인데,

무한반복이구나..


오은영쌤은 나를 매일 용서하고, 아이를 용서하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샤워하고 나왔는데 아이가 나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가져오는 것이 느껴진다.


모르는 척 하고, 재택시작을 위해

식탁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아래 쪽지를 보고, 나는 또 빵 터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아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쪽지가 너무 귀엽고, 갑자기 또 너무 미안해져서

웃으며 아이를 바라봤더니,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오늘은 이야기를 나눠보아야겠다싶어서


'잘해주는 엄마'가 어떤 거냐고 물어봤다.


"엄마가 밥 차려주고, 핫도그, 회오리감자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주고, 책도 읽어주고 사주고 그러는데, 그런 엄마는

잘해주는 엄마가 아니야?"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띵하고 머리를 맞은 느낌이다.


내가 잘해주는 기준과 아이가 잘 해주는 기준이

분명히 다를텐데,

유연하지 못하게 나는 아이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기준에서 잘 해주는 것과

아이의 기준에서 엄마가 잘 해주는 것은 엄연히 다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럼 엄마가 잘 해주는 건 어떤거야? 엄마가 꼭 해줄게"라고 물어보았다.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표현이 어려운걸까..

"첫번째, 엄마가 뭘해주면 좋을까?"


"책 읽어주세요" (속삭인다)

"어머! 그래? 그럼 유치원다녀와서 손씻고, 옷갈아입고, 엄마가 가장 먼저 책부터 읽어줄게. 두번째는?"


"잘 때, 창가에서 자게 해주세요"(간신히 속삭인다)

"응?? 그래! 그것도 그렇게 하자. 거기서 자고 싶었구나"


아이 몸에 열이 많아서 잘 때 창가에 붙어서 자는데,

그곳으로 찬바람이 들어와서

간밤에 내가 아이와 자리를 바꿔서 잤다.

새벽에 잠이 깬 아이가 덥다고 그랬는데

모르는 척하고 그냥 재웠더니 그게 내심 서운했나보다.


"또 없어?"

"....... 옷..... 도와....." (힘들게 말한다)

"응?"

"아..그게 다에요"


아이가 무슨말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

유치원 옷을 입을 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아이가 원하면 그렇게 해 준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하다 말길래 속으로 '아싸'를 외쳤다.


혼자 옷을 아주 잘 입기에....


"화내는 엄마는 실다"

이걸 마음에 새기고,

아이가 원하는 두가지 조건을

열심히 들어줘야겠다.


오늘 유치원 다녀오자마자

옷갈아입고, 손씻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존크라센의 '동그라미'를 읽어주니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이렇게 쉽고, 서로에게 좋은 걸

나는 왜 또 잊고 살았을까..


아이가 커가면서 의사표현을 잘 해주니 좋다.

잘 해주는 엄마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물어봤고,

아이가 생각하는 잘 해주는 엄마가 되는 유연성을 장착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도 나도 한뼘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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