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렇게 따뜻해도 되니?

by 꿈꾸는 유목민

주말부부이기 때문에 주중에 독박육아와 집안일을

재택근무와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그래서 여행가거나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하나의 힐링이다.

책 읽고, 서평쓰고, 강의 듣고, 혼자 커피숍가서 커피마시고...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은 남편이 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남편이 한 달에 한 번은 꼭 토요일 근무를 한다.

토요일 낮 근무가 아니라 토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밤 10시 넘어서까지 자동차 테스트를 한다고 한다.

(남편은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다)


그럴때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요일밖에 없다.

그런데 일요일조차도 남편 친구 집 방문일정이 잡혀있었다.

즉, 주말에 나의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토요일에 늦은 독감 주사를 맞추고,

도서관에서 남편이 부탁한 두 권의 책을 빌리고

집에서 왕복 50분 걸리는 가게에서 장어를 픽업하러 가는 길이었다.


운전 중 남편이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골이 났다.

"박봉석은 좋겠네! 와이프가 육아도 다하고, 돈도 벌고, 집안일도 다하고!"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화를 낸건 아니다.)

남편이 "미안해, 알았어" 하고 전화를 빨리 끊는다.

나는 차 뒷자리에 앉아있는 아들에게 다다다다 했다.

"태윤아, 생각해봐, 엄마가 평일에 매일매일 너 밥 차려주고, 요리도 하고, 일도 하고, 결혼한다는건 모든 것을 같이 한다는 건데 너무 엄마만 하는 것 같지 않아?"

그랬더니 뒷자리에 앉은 7살짜리 아이가 대답한다.

"아빠가 빨래 하잖아"

"빨래는 엄마도 하거든?"

"아빠가 설거지도 하잖아"

"아빠는 설거지를 일주일에 한번 하고, 엄마는 매일 하루에 몇번씩 하잖아"


"엄마, 나한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라고 아들이 말한다

"오~~ 뭔데?"

"엄마가 화장실에 가서 똥을 싸. 그리고 변기를 내리지마. 다음에 아빠가 들어갈꺼잖아? 그럼 아빠가 아아악. 이게 무슨 냄새야~! 하고 나올꺼야"

"응????? 그거 흔한남매에 나오는 이야기 아니야?"

"어 맞어" 아이가 대답한다.

"아 뭐야~~~ 그런거 말고~~"


"엄마, 나한테 다른 좋은 생각이 있어"

"뭔데?"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한번 속았다. 이미)

"엄마가 스타벅스에 가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셔, 그리고 배가 고프면 거기서 멀 사먹어, 그리고 또 책을 읽고 커피를 마셔"

"언제?"

"토요일에, 엄마의 시간을 가져"


이미 주말에 그렇게 하고 있고,

지난 주말은 그것을 하지 못해 답답한 것이었지만

아이가 제시해준 해결책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따뜻한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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