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쿠데타-와~ 눈왔다!
아침에 아이와 밥을 먹다가, 창밖을 보니 간밤에 온 눈이 쌓여있다.
와~~~ 눈 왔다!라고 외치는 순간,
어젯밤 읽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읽은 사람들이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떠올랐다. 이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이런 순간의 찰라를 멋지게 표현할까... 감탄했었다.
밤 사이에 내려 아침에 보는 눈,
더 반가운 눈,
어제와는 다른 세상,
아름다운 쿠데타,
그게 오늘 오전 아침 풍경이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더니 밤에 눈이 와서 새하얗게 깔린 거야. 그때 첫마디가 뭐야?”
“와! 눈 왔다!”
“손님이 온 것처럼 ‘눈이 왔다’고 해. 어릴 때 생각이 났어. 추워서 이불을 쓴 채로 창문 쪽으로 가서는 창호지 문구멍을 뚫어서 바깥을 보는 거야. 밤사이 내린 눈, 뜰에 장독대에 수북이 쌓인 눈을 보면, 너무 좋은 거야. 눈 내린 게 왜 그렇게 기쁠까? 낮에 내린 눈보다 밤사이 내려 아침에 보는 눈은 왜 그리 더 반가울까? 눈부시지. 맑지. 해는 비치는데 은빛으로 온 세상을 덮어버렸어.”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하오
윤동주 시인의 시 중에 제가 아끼는 시예요.”
“(환하게 웃으며) 경이롭지.”
“밤사이 내린 눈은 왜 그렇게 경이로울까요?”
“변화잖아. 하룻밤 사이에 돌연 풍경이 바뀌어버린 거야. 우리가 외국 갔을 때 왜 가슴이 뛰지? 비행기 타고 몇 시간 날아왔더니 다른 세상이 된 거야. 하루하루 똑같던 날들에서, 갑자기 커튼콜 하듯 커튼이 내려왔다 싹 올라가니까 장면이 바뀌어버린 거야. 막이 내렸다 올라가는 건 일생 중에 그렇게 많지 않거든. 외국 여행을 한다든지, 수술했다 마취에서 깨어난다든지…… 그런데 일상에서 유일하게 겪을 수 있는 게 간밤에 내린 눈이라네. 잠자는 사이 세상이 바뀐 거지. 보통 쿠데타가 밤에 일어나잖아. 자고 일어났더니 탱크가 한강을 넘어 세상이 싹 달라진 거야. 밤에 내린 첫눈이 그래. 쿠데타야, 오래 권력을 누리지 않고 바로 사라지는 쿠데타. 오래 있어봐. 눈 녹으면 지옥이지. 곧 사라지니까 그만큼 좋은 거야. 아름다운 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