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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15화) 덴마크를 베이스 캠프로 유럽

한국으로 돌아간 S

by 꿈꾸는 유목민


S와 영국에서 함께 덴마크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나는 일단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야한다고 하면, 무조건 최소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런데 S는 공항에 뭐하러 그렇게 일찍가냐며 나와 실랑이를 벌였다. 실제로도 좀 느긋했다.


덴마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히드로 공항에 출국시간 1시간 30분 전에도착했는데,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것이다. 비행기 시간은 1시간 앞으로 다가왔고 결국에는 헬프 데스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비행기 편명을 불러주고, 덴마크 빌런드 공항으로 간다고 했는데, 청천병력같은 답변...


"너희는 히드로 공항이 아니라, 게트윅 공항으로 가야해"


'응??? 머? 게트윅?? 런던에 공항이 또 있다고??'


부랴부랴 게트윅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알게 되어, 리무진 버스를 타고 히드로 공항에서 게트윅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예스가 덴마크 빌런드 공항으로 마중나오기로 했는데, 일단 예스한테 전화를 걸어야했다. 기억으로는 버스 안에 전화기가 있었떤 것같다. 예스한테 일단 상황을 이야기하고 아무래도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고, 나 어떻게하면 좋으냐고 흥분해서 막 물어봤다.


예스의 대답...


"앤 (나의 영어이름),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봐.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그리고 표를 싸게 해주면 너의 생일 파티에 초대한다고 말하렴"


이런 상황에서도 정말 재치 있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예스가 너무 고마웠고, 이런 여유로움을 가진 것이 부러웠다.


우리는 게트윅 공항에 도착을 했으나,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는 이미 덴마크를 향해 날아가버렸다. 항공사 프론트에 서서, 나의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며, 예스가 시킨대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히드로 공항으로 갔었어. 나는 런던에 히드로 공항만 있는 줄 알았거든"


프론트에 있던 노년의 여직원분은 막 웃으면서,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3시간 후에 빌런드 가는 비행기가 있으니 그냥 무료로 표를 주겠다고 했다. (영국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좋은 기억이다. 여유로운 신사와 숙녀가 많은 나라)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할 일이다. 이런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유를 갖고, 되는 데까지 사람들에게 부탁해보고,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 하지만 그때는 이게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냥.. 절망에 빠졌었다.


S는 나에게 혼자 똑똑한 척 다하더니, 공항도 구분 못했다며 쿠사리를 주었다.


'공항에 3시간 전에만 도착했어도 원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고! 니가 빨리 준비하고 나오기만 했어도, 그냥 버스타고 게트윅에 가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간은 되었다고!' 라고 S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맘으로 삼켰다. (아니, 어쩌면 했었을 수도 ㅎㅎㅎㅎ)


밤 늦게 도착하니, 예스가 덴마크 빌런드 공항으로 마중나와 있었다. 어쨌든 안전하게 덴마크에 도착했다. S는 몇일 덴마크에 있다가 나와 예스와 함께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회에 함께 가기로 했다.



하루는 레고랜드에 가기로 했다. 예스의 수동으로 된 차를 빌려서 운전을 하고 가다가 자갈밭에서 속도를 너무 내다가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는 바람에 차가 빙글빙글 돌다가 철사로 된 울타리에 부딪혔다. 다행히 차는 망가지지 않았지만 친구와 나는 함께 소리를 지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S는 몇 년전에 터널에서 차사고가 난 경험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있었기때문에 나보다 더 놀랬다. (요즘도 이 이야기를 한다 ㅎㅎㅎ) 똑똑한척 혼자 다해서 비행기도 놓쳤는데, 차 사고까지 낼 뻔했다.


우리는 그날은 레고랜드에 가지 않고 방향을 돌려 내가 혼자 자주 찾아가는 바닷가에 가서 벌벌 떨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레고랜드에는 다음 날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뒤셀도르프에서 나와 예스는 전시회에 참여하고, S는 호텔에서 쉬다가 오후에 조인했다. 뒤셀도르프는 너무 멋진 도시였다. 길바닥에서 누군가는 베토벤의 얼굴을 바닥에 아주 크게 그리던 장면은 내가 지금 유럽에 와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S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열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열차 시간이 예를 들면 오전 7시, 8시 이렇게 있다고 하면 S의 비행기 시간은 11시정도였다. S는 영국에서의 교훈을 잊고 7시까지 준비할 수 없다며 8시 기차를 타겠다고 했다.


거기다가 우리는 준비하면서 아침에 드디어 싸우게 되었다. 여태까지 쌓였던 것이 둘다 폭발한 것이다. 말도 안하고 분위기 완전 안좋은 상태에서 예스는 안절부절하였다.


예상외로 기차는 늦게 도착했고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 홍콩가는 비행기의 체크인 데스크는 이미 클로징이 된 상태였다. 공항 안내원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S는 작별인사도 못하고 그 무거운 케리어를 들고 공항에서 뛰기 시작했다.


S는 비행기를 탔을까?



우리는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고, S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비행기에 탔나보다. 그리고, S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긴 편지를 썼다. 오랫만에 다음 메일을 열어보니 엄청 오래된 메일이 아직도 남아있다..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니 S의 이메일이 이당시에 젤 많다.




S에게 첫 해외여행은 겸손이라는 걸 배우게했고, 그 이후에 S는 정말 변했다. 운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걸어도 무릎이 아프지 않을 만큼 체력도 단련했고 (4년전 베트남 여행을 같이 갔는데, 그때는 내가 S의 걸음을 못따라 잡겠더라는.. )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S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한번은 모델 동생들을 데리고 유럽여행을 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뾰족구두에, 찐한 화장에, 패션쇼를 하러 온것같은 모델 동생들 때문에 너무 힘들고 챙피했다고. 그리고 그때의 나의 감정을 백번 이해했다며 요즘도 계속 이야기 한다.


S와는 지금도 둘도 없는 친구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힘들 때 기쁠 때 전화통화해도 1시간 이상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는 S가 유일하다.


S와의 여행은 해피앤딩이었을까?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덴마크 출장의 기억(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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