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회사에 갔다

휴직 전 마지막으로

by 꿈꾸는 유목민

20년 12월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니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작년에는 거의 회사를 가지 않았고, 작년 12월에 조직개편 한 후로 처음 회사에 갔다. 차로 10분거리고, 걸어서도 25분정도 거리라서 참 가까운데 갈 마음이 나지 않는 건 재택에 적응된 내 몸이 변화를 싫어했기 때문인 것으로.


휴직 전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 날 회사를 정말 오랫만에 갔다. 아이는 유치원셔틀을 타는 대신 유치원으로 직접 데려다주고 출근했다. 출근 길에 3년 전 부서장과 마주쳤다. 3년 전 나의 부서장이 되기전까진 별명을 불러가며 반말 써가며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부서장이 되고 관계가 껄끄러워진 사람이다. 눈 빛으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전 부서장이 말을 건다.


"회사 그만 둔다며?"

(말투하고는..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휴직이지,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응, 그만 둬" (같은 부장이다, 물론 그는 그룹장이긴하지만, 나의 그룹장은 더이상 아님으로)

"왜?" 라고 물어서,

내가 턱으로 가리키며 '너 때문에'라고 표시한다.

"나 때문에?" 정색을 하며 대답하길래 입을 다물었는데,

"아~ 내 뒤에 있는 그 사람 때문이구나?"라고 다시 물어본다.

"누구??"

"그.. 서.. 그..."라며.. 본명을 말하지는 않지만, 누구인지 알겠는 그는... 작년 조직개편에 나의 팀장이 된 사람이다.

"내가 왜? 그 사람이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진 않아"라고 대답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전 부서장이 다시 나에게 말한다.

"참 성의 없게 대답하네.."

내가 대답한다.

"성의 없게 질문했으니까" ㅋㅋㅋㅋ


다시 부서장될 일이 없어야할텐데 말이다.


마지막 날이라 이것저것 정리하고 그룹장님과 점심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오전 10시쯤 팀장님께 전화연락이 온다. 급한일이라고 한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데 계속 독촉하신다. 나와 점심을 먹으려고 1시 30분까지 기다리신 3명에겐 죄송하지만, 어쨌든 시킨일 끝내고, 일 마무리하고, 친하게 지냈던 직장 후배에게 커피도 한잔 사주고, 짐 싸들고 돌아왔다.


이제 한동안 백수라고 생각하니,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제주도 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날이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이 무거운 다른 마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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