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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Feb 21. 2022

꽃가게에서 맘 상하다

꽃가게 주인도 함께

내일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다.

유치원안으로 들어가서 졸업식을 보지는 못하고, 유치원앞에서 기념촬영후 아이를 데리고 갈 수만 있다고 한다. 정말 아무생각없었는데 어젯밤에 갑자기 유치원 졸업식 꽃다발이 생각이 났다. 그와 동시에 북클럽 멤버분이 고터(고속버스터미널)에서 조화를 구입해서 평소에는 피아노위에 장식품으로 뒀다가 아이들의 입학식, 졸업식에 먼지를 탈탈 털어 사진만 찍고 다시 장식품으로 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고터로 가야지. 집앞에서 바로 고속터미널 앞에 서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뻤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도로 내려가니 바로 아주 길게 뻗은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내가 들어 온 곳은 중간이다. 어느쪽으로 갈까하다가 오른쪽으로 쭉 들어갔다. 아이의 양말, 팬티를 사고 끝까지 가니 꽃집이 하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는데, 꽃도 그다지 많지 않고 이쁘지 않다. 그런데 왠지 거기가 마지막일것같아 조화를 들었다. 아주 조그마한 장미조화였다.

얼마에요?”

“2만 5천원 주세요”

‘아.. 비싸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니 꽃집도 없고, 딱히 마음에 드는 꽃다발도 없고 해서 그냥 내일뿐인데 뭐.. 이러면서 꽃을 달라고 했다.

좀 깎아주세요”

아.. 이것도 싼건데.. 2천원 깎아드릴게요. 2만 3천원”

즉시이체를 해주고 나서 반대방향으로 끝까지 걸었다.

그런데 왠걸.. 아주 끝으로 갔더니, 꽃집이 10개는 더 있었다.

아.. 가방에 들어있는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데.. 라는 생각으로 꽃을 가방에다 깊숙히 숨기고 다른 꽃집을 기웃거렸다.

내가 구입한 꽃보다 2배나 꽃이 많은 비누꽃인데 가격은 2만원이란다. 그 집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옆에 와서 기다리길래.,

아. 아까 저기서 조화를 샀는데, 좀 바가지 쓴것같아요..그 가게에서 환불해줄까요?”

언제 샀는데요?”

조금 전에요”

아.. 오늘 산거면 당연히 해줘야죠”

그렇죠? 환불하고 다시 올게요”

아.. 또 나의 나쁜 버릇이 나왔다. 이것저것 재보기 싫어서 보이는 것 그냥 사고, 나중에 후회하기…


다시 맨 끝까지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다. 환불하는 사람의 마음도 좋지 않다. 처음 들어갔던 꽃가게에 들어가서

죄송한데요.. 저 환불좀 해주세요..”

왜요?”

아.. 좀 작은 것같아서요”

아.. 더 큰걸로 골라보세요.”

아니에요.. 여긴 큰게 없는 것 같아요”

꽃은 환불 안되요” 라며 불쾌하게 이야기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환불은 불쾌한 일이다.

아… 그런데 살때 환불안된다는 말씀도 안하셨고, 이건 생화도 아니고 조화잖아요. 그리고 조금전에 구입했구요”

할말을 잃은 듯하지만, 계속 곤란한 표정을 짓고 꽃집 사장의 어머니인것같은 할머니께서 옆에서 거든다.

그럼 좀 깎아줄게요”

“아.. 아니에요.. 여기 그렇게 싼것같지 않아요.. 저쪽에서는 이 꽃의 두배인데 가격도 이것보다 훨씬 쌌어요”

그럼, 처음부터 제대로 돌아보시지 그러셨어요”라며 반격한다,

아.. 그러니까요..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건 제가 잘못한것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몇번을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걸, 계속 돌림노래를 불렀다.

제가 생화를 샀으면 환불한다는 말 안했을껀데, 이건 조화잖아요. 환불 안해주실 이유가 있나요?”

라고 했더니, 꽃집 주인이 그제서야 저기다가 계좌번호를 적어놓고 가라고 한다.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제가 장사하는데 거짓말할것같아요?”라며 발끈한다.

저는 사장님이 거짓말한다고 말씀드린 적 없는데요, 그냥 기다리겠다고 한거에요.. 그럼 계좌번호 적고 그냥 갈게요”

계좌번호를 적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10% 깎고 줄게요”

네??? 제가 꽃을 망가뜨린것도 아니고 시간도 얼마지나지 않았는데 10%를 깎고 주신다니요..”

그렇게 계좌번호를 적고 나와서 꽃가게의 휴대폰이 적혀있는 간판을 사진찍고 돌아섰다.

조금 후에 입금이 되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물론 꽃집 사장님도 기분이 좋지 않으셨겠지만..

내가 만약에 장사를 한다면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될까,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환불을 대할지 생각해보았다.

한번만 오는 고객이라고 바가지를 씌우고,

그걸 알아버린 고객이 와서 환불을 요청했을 때,

안된다고 10% 깎자고, 온갖 인상을 쓰면서 그렇게 고객을 대하지는 않지 않을까?

아닌가..

또 모를일인가..


어쨌든 다시 산 꽃다발로

아이가 내일 졸업식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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