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제주

매일제주20일차

by 꿈꾸는 유목민


새벽 필사를 마치고 노트북을 켰다. 매일 글쓰기의 주제를 새벽에 정하고 글을 쓰는데 오늘은 마땅히 쓸 주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쓰고 싶은 주제들은 글을 쓰지 않을 때 내 주변을 멤돌다가 쓰려고하면 내가 휘휘 손을 저어서 사라지는 신기루 같다. 무엇을 적을지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가 잠에서 깨어 뒤척여서 꼭 안아주고 매일 제주 20일째 일상을 시작했다.

어제 저녁 첫 이웃을 초대해서 먹고 하지 않은 설겆이를 후다닥 헤치우고, 3일째 소세지 빵을 원하는 아이에게 쏘세지빵과 요거트를 껍질을 까주고 샤워를 했다. 20년이 넘게 직장인이었던 시간에 대한 긴장을 늦춘적이 거의 없다. 아이가 학교에 가자마자 노트북을 챙겨들고 오늘은 글만 쓸테야하며 다짐한다. 블로그 서평도 5권이나 써야하고, 글수다 매일 글쓰기도 써야하고, 구글 애드센스로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도 해야하는데, 오늘 아이가 오기전에 다 할 수 있을까. 직장다닐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다가 1년 후 또 번아웃이 오면 어쩌지? 라고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번아웃이 올리가! 하며 샤워 비누거품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을 떨궈냈다.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이웃들과 인사를 했다.

"오늘은 어디서 글쓰실꺼에요?"

"아. 저는 오늘 아마도 투썸에 가지 않을까해요"

"음.. 저는 그럼 스타벅스를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아, 그런데 저번에 말씀하신 까페 물결은 글쓰기에 어때요?"

"언니! 거기 글 정말 잘 써져요"

"오! 그럼 거기로 갈까봐요, 오늘은"

이웃들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잠시 나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거 맞지? 라고 생각하며 미소가 지어진다. 회사에서는 독서를 하는 사람은 주변에 한명도 없고, 글을 쓴다고 하면 나를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으로 여겼는데, 내가 지금 그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거 맞지? 라고 생각하니 이곳에서는 나도 정상인이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얼마전에 치킨가스를 나눠준 이웃에게 내가 직접 만든 진미채를 반찬통에 채워서 주었다. 아이가 많은 집이라 한끼 식사도 안되겠지만, 감사하다고 좋아하는 이웃이 고마웠다. 나누는 것의 기쁨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것도 직접한 반찬을 나눠주다니, 이런 몽글몽글한 기쁨이 바로 나눔이라는 것인가. 매일제주 20일동안 하루하루 느끼는 감사함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아이와 학교앞에서 헤어지고 집으로와서 미리 챙겨놓은 노트북, 서평 쓸 책들을 챙겨서 바로 나왔다. 일단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2주후에 있을 북클럽 토론 책인 김영하의 '다다다', 요즘 블로그 이웃들이 괜찮다고 서평을 남긴 '가재가 노래하는 곳',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박상명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빌리고, 일요일에 땄던 천혜향을 육지에서 코로나에 걸린 이모와 남편에게 보내야지. 그리고 글쓰는 곳에 달려갈테야.

우당도서관에서 세권의 책을 빌린 후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글만 쓸 수가 없었다. 비오는 별도봉을 어제 걸었는데, 해 쨍쨍한 별도봉을 오늘도 걸어볼까? 바다와 하늘색이 안개로 그라데이션이 되어 더 멋있어진 별도봉의 모습.

꼭 나의 매일 제주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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