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기로 결심하기 한참전에 '제주에 왔고, 제주에 살아요'라는 책을 읽었다. 블로그 서평 마지막에 내가 남긴 부분을 얼마전 다시 읽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말을 썼다.
"하지만 요즘 제주는, 비움과 채움이 함께 있는 공간인듯하다. 도시에서 무엇인가 분주한 나를 뚝 떼어서 섬으로 데려다 놓으면 비움이 될 수 있을 것같고, 그 비워진 곳으로 무엇인가 계속해서 채워질것같은 그런 곳이다"
비움과 채움이 함께 있는 공간.
육지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비우고 제주에 오면,
그 비워진 공간으로 무엇인가 계속 채워질 것만 같은 그런 곳.
실은 그랬다. 제주24일차 지금은 나에게 계속해서 채워지는 나날들이다.
이웃
나누는 마음
여러가지 방식의 글쓰기
(돈 버는 글쓰기, 나의 마음을 채우는 글쓰기,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글쓰기등등)
공동체
육아에 대한 고민
꿈지도
여러개의 독서모임
그런데 문득, 내가 육지에서 비우고 온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상사에 대한 두려움
의미없는 회사생활
그리고 잠?
그러고보니, 다른 건 좋은데, 잠이 모자란다.
어제는 무근성마을의 여성들이 모여서 한살림에서 공동체 모임을 지원받기위한 계획을 세웠다.
3월은 티셔츠 만들기
4월은 제주 4.3 기리기
5월은 운동회
....
11월은 김장
12월은 꿈지도 그리기..
모두 가족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공동체가 이런것이구나를,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그런 모임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의 아이는 나와 친정어머니가 키웠다. 이곳, 제주도 탑동 무근성마을은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한 집에 몰려가 함께 식사하고,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챙길 동안 잠깐 자유의 몸이 되어 숨돌릴 시간이 주어진다. 남편이 육지에 있어서 없을때도 그런게 가능하다.
이번주 주말도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는 남편은 제주도에 오지 못했다. 오늘은 내 아이와 윗층 아이들 둘을 데리고 제주도 연동 마술카페 체험을 하게 해 주었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 아이와 저녁에 동문시장을 돌면서 먹을게 없나 돌아다녔는데 결국에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배고파하다가 입구쪽에서 호떡 파시는 분을 발견했다. 호떡을 2개만 사려고 하다가 10개를 사서,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나니 나누는 마음을 알게 된다. 아이는 그 나눔을 보고 배운다.
내일은 무근성 마을의 아저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봉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그 사이? 엄마들은 자유다! 남편이 이번주는 없지만 아빠들이 내 아이를 함께 데리고 가겠다는 말씀에 감사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