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오늘 제주도에 입도했어요. 저는 삼성혈 근처에 3월한달간 머물 예정입니다. 은퇴한 여자 사람이에요. 한 번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써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얼굴 한번 보지 못하거나,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이웃들도 글로서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처음보는 아이디였다. 여자 사람이시라고 하니 거절은 하지 못하겠고, 제가 3월은 바쁘니, 한가해지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3주가 지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서, 계신 삼성혈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만남이 오늘이었다.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삼성혈에 도착을 하니 8시 40분이었다. 잘 되었다싶어 오전의 삼성혈에 입장 했더니 벚꽃이 한창인 그곳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DSLR 카메라를 들고 흐드러진 벚꽃나무를 열심히 찍어대었다. 문득 육지에 두고 온 카메라가 그리워졌지만, 휴대폰 화면을 가장 밝게 당겨서 열심히 하늘과 어울어진 벚꽃을 찍었다. 날씨도 상쾌하고 하늘도 청명하고, 모든 것이 좋은 시작의 하루였다.
9시 30분이 되어서 연락을 하니 바로 나오셨는데, 서로의 외모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만났는데도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밝은 기운이 느껴지시는 분이었다. 나도 그 분에게 책을 선물로 하고, 그 분도 나에게 책을 선물로 주셨다. 삼성혈의 벚꽃을 다 보았다고 했더니 남성로의 벚꽃길이 유명하다며 그곳으로 안내해주셨다. 찻길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벚꽃길이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다. 함께 이야기하며 걷다가 커피숍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지도사, 글쓰기 강사를 하시다가 은퇴하시고 여행중이라고 하셨다.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이미 대학생이고, 남편과는 독립적인 관계로 사시는 듯 했고, 글쓰기 강사로 23년간 열심히 달려와서 코로나를 계기로 여유로운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자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
커피를 마시며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힐끔힐끔 보았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많아도 50대 초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내년에 환갑이라고 하신다. 나이를 오픈하시더니, 여자나이 50대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려주신다. 갱년기가 닥치면 예전의 내 몸은 도망갔다고 생각하라고 하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관리라며 본인은 3년간 일주일에 한 번 필라테스를 했는데, 살기 위해 한 운동이 지금 여행와서 걷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23년간 너무 일만하면서 살았는데, 제주도에 와서 하루종일 음악만 들으며 누워있거나, 하루 1시간씩 독서를 하거나, 동네를 걷는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다. 본인은 나이가 많지만 메타버스 같은 신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고 말씀하신 블로그 이웃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