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하지만 한뼘 자란다. 아이도 나도

매일제주 35일차

by 꿈꾸는 유목민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실내 놀이터에 가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는데,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온 제주가 코로나로 둘러쌓여있는 것같은 요즘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서 옮고 싶지는 않았다. 불만에 가득찬 아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가 김영수 도서관에 가자고 제안을 하길래 그러자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를 그린 작가의 돼지와 늑대가 나오는 그림책을 두 권 읽어주니 본인이 보고 싶은 학습만화를 꺼내갖고 온다. 나도 옆에서 휴대폰으로 밀리의 서재 글을 읽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오늘의 밥 찾아줘"한다.

"응? 오늘의 밥이라고? 그게 뭐야?"

"빨리 찾아줘. 오늘의 밥, 닭강정" 하며 울먹인다.

잠투정인가, 배가 고픈가.

엄마가 무슨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으니 처음부터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늘의 밥을 찾아내라고 난리다. 이렇게 실랑이를 몇 번하고, 안되겠어서 일단 엄마는 저 쪽에 앉아있을테니 마음이 진정이 되면 찾아오라고 했다.

김영수 도서관에서 간신히 데리고 나왔는데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겠다고 떼를 쓴다. 가서 함께 시소를 타는데 아이가 그렇게 하지 말고 다르게 하라고 요구한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 아이가 원하는데로 해 주고 내려왔더니, 울먹이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아.. 잠투정인가 배가 고픈가.

운동장 한가운데서 나를 잡고 떼를 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까 싶어 힘겹게 힘겹게 집에 왔는데, 비밀번호를 3번을 잘 눌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도 당황했는데 아이가 갑자기 "문이 안열려, 집에 못들어가 엉엉" 하면서 서럽게 운다. 이 상황에서 아이가 귀엽기도하고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간 아이는 갑자기 밝아지더니 웃는다..

아.. 아까 그런건 그러면 잠투정인가 배가 고팠던건가.

얼른 뻥튀기를 먹이고 비빔밥을 해주었더니 기분이 좋아진다.


수영을 함께 다니는 윗층가족 네명이 모두 확진이라 오늘 아이 혼자 수영장에 갔어야 했는데 아침에 안간다고 안간다고 떼를 써서, 설득했다. 행히 저녁때는 아무말 안하고 따라나왔다.

혼자 탈의실에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즐겁게 수영하고 혼자 샤워까지! 내가 보지 못하니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한뼘 성장에 내가 뿌듯해진다.


어제 만난 블로그 이웃분이 엄마의 나이는 아이의 나이라고 했다.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의 나이도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함께 유치할때도 있고,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두가지 함축적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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