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에 도서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있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인 30명이 참석한다고 했다. 강의 자료는 있었지만 더 추가할 자료들이 있어서 화요일 새벽비행기로 돌아가는 남편에게 아이의 저녁을 부탁하고 동네 카페로 갔다. 그러면서 신신당부를 했다. "오늘은 꼭 7시 30분에 재워야해" 주말에 항상 바쁘게 노는 아이는 월요일에 방과후 수업이 4시까지 있기에 피곤할것이고 쉬지 않으면 잠투정은 거의 일주일을 간다. 남편은 알았다고 했지만 7시 30분에 재울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카페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7시쯤 전화를 한다.
"지운, 지환이가 왔는데 안가"
"그럼 계란후라이, 김, 진미채, 소세지 삶아서 같이 저녁을 먹여"
7시 30분에 남편이 또 전화를 했다.
"솔민이 강솔이까지 내려왔어"
"응.. 그래도 오늘 태윤이 7시 30분에 자야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보내면 되"
"어떻게 보내. 지금 다들 신나게 놀고 난리가 났어"
"아니야. 그래도 오늘은 보내야해. 8시이전에 재워야해. 안그러면 일주일동안 내가 힘들어"
계속 보내니 못보내니 한참을 실갱이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9시 쯤 집에 가니 다행이 아이와 남편이 잠을 자고 있었다. 온라인 강의를 끝내고 12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남편은 새벽 4시 40분쯤 일어나 샤워하고 준비를 한다. 그 사이 나는 다시 잠이 들었고 남편이 집을 나서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이가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절뚝 거리며 걸어 나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는데 아이가 다리가 아파서 못걷겠다고 한다. 아.....작년 이맘때 걸렸던 고관절 염증이 도진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왼쪽 발은 아파서 일어서 있지 못하고 오른발을 지탱에 질질 끌고, 허벅지쪽이 아프다고 한다. 작년에 다행히 재택근무 중이었긴 하지만 한쪽 발에 기부스를 한 아이를 화장실 갈때마다 안아주고, 물떠다주며 2주동안 집에 둘이 있었던 걸 생각하니 다시 끔찍해졌다. 아이가 아픈걸 걱정하는게 먼저인것같은데 순간 이번주에 해야할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무기력해졌다. 오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블로그 독서평을 두개 남겨야하는데..수요일은 이웃들과 블로그 수업 후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목요일은 글쓰기 수업이 있는데.. 금요일은 아이가 사려니숲길 현장 체험이 있는데.. 거기다가 어젯밤 7시 30분에 재우라고 했는데 9시가 다 되어서 아이를 재운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이 계속 전화를 했는데 화도 내지 않고, 쌀쌀맞게 몇 마디하고 끊었다.
이웃들에게 정형외과를 물어보고 20분이상 차를 몰고 간 정형외과는 명성답게 꽤 큰 곳이었다. 그냥 집 근처로 갈걸 그랬나싶었다. 아침부터 더웠는데 아이가 아파서 춥다며 이를 부딪히며 떨자 더 불안해졌다. 예약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빨리 호출이 되어서 진료실로 25kg 아이를 안고 들어가서 앉히고 의사선생님께 상황설명을 하였다. 작년 이맘때 고관절이라서 2주일동안 기부스를 하고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같은 곳이 아프다고 해서 데리고 왔는데 고관절 같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에게 걸어서 침대로 가 보라고 하자 아이는 절뚝거리며 걸었다. 선생님이 안아서 누이고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 부분을 눌러보고 당겨보고 흔들어보았는데, 아이는 아픈건지 간지러운건지 연신 밝게 웃어대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흔들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직 고관절은 아닌것 같다고, 아픈 부분이 고관절 부분이 아니라 애매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아프다고 하면 쉬게하고 부르펜을 먹이라고 하셨다. 여러번 고관절 부분을 만져보았으나 아이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일어나서 걸어볼까?라고 말씀하시자 아이가 신발을 신고 내려와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하게 두발로 걷는다.
응? 이건 뭐지? 나는 창피함에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고 간호사 선생님은 고개를 돌리고 키득키득 웃으신다. 앉은뱅이에게 "일어나 걸으라"고 베드로가 말씀하시자 앉은뱅이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었다는 성경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