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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21화) 말레이시아 페낭, 펍

페낭 펍, 조지타운의 기억

by 꿈꾸는 유목민


같이 간 6명 중에서 나까지 포함해서 3명은 같은 콘도 단지로 집을 구했다. 언니와 나는 같이 살고 동생 한명은 옆동에 집을 구했다. 그곳은 아주 조용한 곳에 위치한 콘도로, 콘도 게이트를 나오면 아주 자그마한 호수가 있었고, 가끔 그곳에 나가 산책을 하였는데 그곳에는 이구아나도 살았다. 수영장은 매일 관리가 되어있었는데, 나중에 한국에와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영과 골프를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개인교습으로 수영선생님을 구해도 싼 값에 배울 수 있었는데, 그 당시는 왜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일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 셋은 (언니, 나, 동생) 페낭에서의 생활 셋팅이 끝난 후, 페낭 조지타운에 있는 유명한 펍에 가 보기로 했다. 우리 팀은 한국인이 약 15명정도 되었고,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이미 펍 생활을 종료를 했거나 펍 문화를 아예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선배들에게 사전 정보를 구했고, 조지 타운에 있는 펍에 가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조지타운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호 및 보존하자는 취지로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지정된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둘의 성격이 혼합된 복합유산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은 역사, 예술, 학문적으로 그 가치가 독보적인 건축물, 예술품, 유물, 유적지 등을 포함한다.

15세기부터 동서양을 잇는 해상무역항이었던 페낭에는 1876년 영국 식민지 시대가 시작되면서 조지타운이 형성됐다. 여러 인종이 정착하면서 동서양의 문화와 건축이 공존하는 올드타운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페낭의 조지타운은 말라카와 더불어 2008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7월이면 조지타운 페스티벌(George Town Festival)이 열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조지타운 [George Town] -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문화유산 (말레이시아 페낭섬 여행)



우리는 술을 마실 것이라서, 콘도에서 택시를 불러타고 조지타운 중앙에 내렸다. 그 당시 조지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펍이 '소호'라는 펍 이었는데 물어서, 물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오후 5시에....


오후 5시의 펍은 조용했고, 거의 아무도 없었다. 우리 셋은 일단 피처와 안주거리를 시키고 술을 조금씩 마셨다. 6시, 7시 정도에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왔는데, 우리가 시키지도 않은 술이 우리 테이블로 배달이 되었다.


"우리 이 술 안시켰는데?"


"아~ 저기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냈어~"라고 웨이터가 이야기해줘서 보는 순간, 음... 인도사람들인듯 보이는 남자들이 우리 테이블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술은 정중하게 도로 보냈다.


우리는, 페낭에서 유명한 펍이라더니, 재미도 없다면서 밖이 환할 때 그냥 나왔고 조금 걸어서 '소호'보다 조금 더 화려한 펍에 갔다. (여기도 유명한 펍이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썬... 이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지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왔다. 거기서 우리는 가볍게 한잔씩 하고 밤 10-11시 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싱거운 첫 페낭의 펍 투어.


그런데 나중에 알았던 사실은, 펍은 주로 11시-12시가 되어야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때가 절정으로 재밌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후 5시에 펍에 가는 누를 범했으니, 다음을 노려볼 일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대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돈 모아 강남 나이트 클럽에 한 번 정도 가 보았고 (정말 재미 없었다), 취업을 해서는 직장이 안성이니, 옆 도시인 평택 시내에 드림나이트 클럽에서 회식을 종종했었는데, 그 당시 우리 부서는 다 아저씨 들이라 같이 가도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펍 문화를 모를 수 밖에...


즉, 늦바람이 무섭다.

우리 셋은 그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금요일이나 토요일 쯤 (가끔 필 받으면 수요일에도..-수요일은 레이디즈 나잇이다) 끈나시를 입고 펍에 다니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술이 좀 과해지면 밤 11시부터 그때부터 춤을 춘다. (나는 유명한 몸치이다...) 그래도 그냥 춤을 춘다. 춤은 그냥 움찟움찟하는 정도? ㅋㅋㅋㅋ 그리고 새벽 2시쯤되면 절정에 달하는데, 소호에서 절정때 틀어주는 음악중에 기억나는 것은 더 마마스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나면, 소호옆에 인디안 천막 식당에서 '옥스테일스프'(소꼬리스프)와 '난'을 먹고 택시를 타고 셋이 집으로 갔다.


그 당시 펍에서 만난 여자들의 술에 약을 타서, 나쁜짓을 하고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리기도 했는데, 말레이시아는 그런 범죄는 사형감이라서 그런면에서 다른 나라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는 어느 날, 옆 동에 사는 동생은 싱가폴에 놀러를 갔고, 나와 언니는, 오늘은 조용히 술만 마시자며 소호 2층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 잘 생긴 중국인(제프리)이 오더니 물었다. (조인성 닮았다-키는 작음..)


"너희 어디서 왔니?"

"우리? 맞춰볼래?"

"일본?"

"아니, 한국!"


그랬더니 자기 일행들이 저쪽에 있는데 내기를 했다고 한다. 일본인지 한국인인지. 일행은 약 4명정도 더 있었던 것같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그중에서 두명이 환호성을 쳤는데, 그 이유는 그 둘이서 2주후에 한국에 패키지 여행을 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합석을 했고, 2층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마무리로 옆 인도 천막 식당에서 옥스테일 스프를 먹었다. 그리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펍에서 현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그래서 말레이들은 술을 마시면, 법에 걸리고,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끼리만 노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 주로 펍에는 페낭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중국인'이라고 하면 안씻는 이미지가 강한데, 페낭의 중국인들은 하루에 두 번이상 샤워를 하고(내가 아는 애들..), 페낭에서도 상층에 속한다.


그들의 이름은 벤지, 루, 제프리.

그 다음주에 그들은 현지 사람들만 알고 간다는, 비치 맛집 식당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바닷가 옆에 있는 만큼 배를 타고 직접 바닷가로 나가서 새우, 물고기를 잡아와 요리를 해 주는 그곳은 정말 맛집이었다. 우리 가족들이 온 후에도 자주 갔던 곳이다.


우리는 그때부터 서로의 집에 초대를 해서 한 주는 페낭 중국식 요리, 한주는 한국 요리를 번갈아가면서 해주며 친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노는게 더 재밌었기에 펍 출입은 당분간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몇 번 펍을 가기는 하였지만 처음만큼 재밌지는 않았던 것같다.


벤지는, 나보다 두 살정도 많은 오빠였고, 루와 제프리는 나보다 한 살이 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벤지는 그 셋 중에서도 대장이었다. 이 셋은 우리의 페낭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만큼 우리를 많이 도와준 현지 친구들이다.

특히 벤지는,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여권을 재발급 받을때도, 우리 식구들이 페낭에 왔을 때,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서 처음 차사고가 났을 때도, 내가 인도 사람이 탄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났을때도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었다.


출장 다닐 때, 이때의 기억으로 나는 그 지역에 가면 혼자라도 꼭 펍에 갔었다. 현지 친구들도 만나고 그곳의 펍 문화를 느끼는 것도 좋고, 바텐더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다.

요즘은? 확실히 나이가 든 것같다. 펍은 가지 않고, 한국식당에 가서 삼겹살의 소주를 주로 먹는다.

페낭에서의 나의 생활의 일부였던 펍 다니기, 아직 젊은이들이라면 다른나라에 갔을 때, 꼭 펍에 가보기!


*말레이시아의 기록은 대부분 싸이월드에 있다. 3월에 싸이월드가 살아난다고 하니 그때 사진들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말레이시아 페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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