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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Jul 30. 2022

자연이 준 선물, 옥수수편

매일제주 157일차

육지집 냉동고에는 2년이 넘게 얼어있는 옥수수가 있다.

나는 옥수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옥수수가 맛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큰고모가 옥수수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 이외에 옥수수에 대한 추억도 없다.


그런데 결혼하고 남편은 매년 옥수수 큰 한포대를 강원도에서 가져온다.

혹은 매년 주문한다.

나는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목놓아 외쳤는대도 자기가 다 먹을꺼라고 하며 매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초반에만 한번 쪄먹고 계속 옥수수는 냉동실에 있다.

그 다음해에 또 한 포대를 가지고 온다.

어떤 해는 친정 부모님이 오셔서 옥수수 두 포대를 다 다듬고 가신적도 있다.

옥수수는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제주에와서 초당옥수수라는 걸 처음 봤다. 누런 치아처럼 가지런하고 즙이 터질 것 같은 초당옥수수를 이웃이 방금 딴거라며 가지고 왔다.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했던 날 것으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정말인지 의심이 들어 몇번이고 물어봤는데,

"초당옥수수 첨 먹어보세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네... 처음 먹어보기도 하고.. 처음 봐요.."

그 날은 내가 장염에 걸려서 죽만 먹었던 날이라 아이에게 날 것의 초당옥수수를 한 대 먹였다. 아이는 연신 맛있다고 하며 급하게 다 먹었다.

새벽에 아이가 뒤척이더니 배가 아프다고 한다. 배를 계속 쓰다듬어주었다. 침대 밑으로 내려가서 자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잠시후에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토했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아이는 화장실로 달려가기 전 거실로 뛰쳐나오며 피자 두판 가량의 토를 쏟아낸다. 토의 내용물은 모두 제대로 씹지 않은 초당옥수수다.


초당옥수수를 처음 먹어본 신고식을 한 것일까. 이후에 초당옥수수라고 하더라도 잠깐은 쪄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깐 쪄 먹은 초당옥수수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이 맛을 지금에서야 알다니!

그리고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절망이었다.


지난 주 제주 무근성 이웃이 옥수수 체험을 하러가자고 했다. 유기농 옥수수밭을 운영하고 계시는 농장주님 옥수수밭으로 여덟가정이 몰려갔다. 아이들은 처음 따보는 옥수수를 신나게 따고, 근처의 곤충들을 관찰하고 누워있는 고양이에게 다닥다닥 붙어 신나는 한 순간을 보냈다. 즉석에서 쪄 주신 옥수수의 맛은 정말 찰지고 맛났다. 초당옥수수만큼은 아니었지만 유기농 찰옥수수만의 매력이 있었다.


제주의 자연이 선사한 선물

고사리, 산딸기, 옥수수, 한치, 꽃게... 제주의 자연은 끊임없이 나에게 감사한 양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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