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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25화) 말레이시아 카메룬하일랜드

말레이시아 카메룬하일랜드의 기억

by 꿈꾸는 유목민


말레이시아는 1년 365일 더운나라다. 그렇다고 일년내내 여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우리 기준) 꽃이 더 왕성하게 피는 달이 있고, 낙엽처럼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달이 있고, 비가 많이 오는 우기도 있고, 쨍쨍하는 날들이 지속될때도 있다.

그런 말레이시아에도 시원한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카메룬 하일랜드이다. 고산지대에 있어서, 시원하고 녹차밭도 넓게 펼쳐져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 (나중에 우리나라 녹차밭을 가보고 카메룬하일랜드의 녹차밭이 얼마나 넓은 줄 알았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안 카메룬하일랜드를 약 5-6번은 다녀온 것같다. 그때마다 너무 좋았다. 녹차밭, 그리고 그 으슬으슬한 가을 날씨 같은 곳에서 먹는 따뜻한 스팀보트까지.

스팀보트는 샤브샤브 같은 건데, 치킨스프나 비프스프안에 야채, 고기, 어묵, 새우등을 넣어서 먹는 말레이시아 음식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카메룬하일랜드의 기억은 가족과의 여행이다. 가족이 말레이시아로 넘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는 카메룬하일랜드에 배추도 사러 갈 겸, 말레이시아에 이런곳이 있다는 것을 구경시키드리고 싶었다. 기억으로는 그때가 말레이시아 휴일이었던 것같은데,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차를 끌고 카메룬하일랜드로 갔다. 카메룬하일랜드는 페낭에서 차를 몰고 약 2시간쯤 걸리는 곳이다. 마지막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기름이 충분이 남아있을 꺼라고 생각했고, 카메룬하일랜드에 있는 주유소에서 넣으면 되니까..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카메룬하일랜드로 올라가는 길의 중간쯤 왔을까, 기름은 바닥이 났고 주유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우리는 긴급히 공터 어디쯤 차를 세웠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럼 카메룬하일랜드의 어디쯤 가야 주유를 할 수 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음..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물어보기로했다..

아빠는 농담으로, 치마를 조금만 올려바바. 했는데, 우리 가족은 깔깔 웃으며 아빠 맞냐고 맞받아쳤다.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상황.. 심각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마도 덴마크 친구 예스한테 배운건가..


차들은 서지 않고, 다행히 오토바이 한대가 우리앞으로 섰다. 무슨일이냐고, 우리는 손짓발짓하며, 차에 기름이 없는데 주유소가 없어.. 그랬더니

오늘은 말레이시아 휴일이라 모든 주유소가 문을 닫아.. 그리고 카메룬하일랜드에는 주유소가 하나밖에 없어.. 근데 거기도 오늘 문 닫았을껄? 이러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해?

음... 내가 아는 절이 있는데 그곳에서 기름을 달라고 하면, 조금은 얻을 수 있을꺼야. 라고 한다.

도와줄수있어?

그럼, 내 뒤에 타고 같이 가서 차 기름을 받아서 차에 넣자. 라고 하는 친절한 말레이시아 아저씨..

우리는 절에 가서 석유통에 차가 움직일 수 있을만큼의 기름을 넣어서 다행히 주유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며 수고비로 50링깃 (우리나라돈으로 1만5천원정도이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당시에 큰돈임..)을 주었다. 안받겠다고 안받겠다고 했는데 너무 감사해서 억지로 받게 했다. 그러니까, 이 분은 무언가를 바라고 남을 도와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다. 가끔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호의를 주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바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서 더 챙겨주고 싶었다.


여행이란 그런것같다. 완벽한 여행 말고 어딘지 모자른 것 같은 여행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과 우연히 찾아온 행운같은.


카메룬하일랜드는 그 이후에도 회사 동료들과 다녀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차밭에도 가고, 숙소에서는 고스톱도 치며 즐겁게 보냈던 기억도 있다.

말레이시아에 오래 묵을 기회가 있다면, 카메룬하일랜드는 꼭 가봐야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스팀보트를 꼭 먹어볼 것!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말레이시아 페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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