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에 친정부모님을 만났을 때였다.
아이는 본인이 갖고 있는 천원짜리 한장씩을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각자 드렸다. 물론 그 이후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응은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손주를 만나면 용돈을 주는 것이 당연했던 친정 부모님은 당신들이 용돈을 손주에게 받자 감격하셨다. 두 분다 너무 좋아하시며 아이의 손에 용돈 5만원을 쥐어주셨다.
얼마전부터 아이는 아침마다 나에게 라떼를 타주며 한잔에 1천원씩 받았다. 실은 10번의 횟수를 체크하고나면 1만원을 주기로 했다. 아이는 실물 돈을 보지 못하니 10번이 쌓여 1만원이 되기 전에 지쳤나보다. 라떼를 타달라고 애원을 해야 마지못해 만들어주었다. 마침내 10번이 되고 1만원짜리 한장을 아이에게 선사했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주 대구 시댁에 다녀왔다. 남편 친구가 50세의 나이에 결혼을 한다고 해서 결혼 전 미리 식사를 하기 위해 만나기 위해서다. 그 김에 오랫만에 시부모님을 뵈었다. 7세때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도 대면대면 대하던 아이는 집에 들어가기 전
"할머니, 할아버지 안아드려~"라는 나의 말을 그대로 실천해서 1차로 시부모님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아이는 본인의 지갑을 열어 할머니 할아버지께 1만원씩을 선사했다. 시부모님은 몇 달 전 친정부모님만큼 감동했고, 아이는 조금있다가 바로 할머니로부터 5만원짜리 한장과 만원짜리 3장을, 할아버지로부터 5만원짜리 한장을 받아가지고 왔다. 평소에는 2-3만원의 용돈만 주시던 아버님이 후한 용돈을 아이에게 주셨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네"라며 온 가족이 깔깔 거리고 웃었다.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였다.
1박2일의 짧은 대구 일정을 마치고 제주에 왔다.
아이는 저녁식사를 하고 앞집에 놀러간다며 나갔는데 동네 아이들이 집앞에 모였다. 그 김에 어른들도 함께 아이들옆에 서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가 갑자기
"잠시만요!" 하더니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지갑을 가져나왔다.
설마... 설마... 했는데 아이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마을 이모와 삼촌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다.
화들짝 놀라서
"아니야! 그건 아니야!"라고 외쳤는데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을 이모와 삼촌들도 놀라서 그건 아니라고 외쳤다.
잠을 자려고 누우니 칭찬받으려고 했던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짠했고, 경계를 가르쳐주지 못한 나 스스로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육아에서 경계와 맥락을 가르쳐준다는 건, 실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