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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27화) 말레이시아 페낭

혹독한 다이어트의 결말

by 꿈꾸는 유목민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살이 확 쪄서, 그 담부터는 통통한 몸매를 꾸준히 유지했다. 항상 먹고 앉아서 공부만 하고, 고등학교때는 12시까지 자율학습인데 10시에 학교앞에 나가서 떡볶이를 먹고 집에가서 바로 자고,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계속 살은 불어만 갔다. 고3때 어느 과목 선생님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너희들은 대학가면 살이 다 빠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선생님께 정말 걱정스럽게 "선생님 대학못가면 살도 안빠지나요...?"라고 물었다.


반아이들은 빵 터졌지만, 나는 좀 걱정은 되었다. 살이 빠진다는 건 대학을 가고 안가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난 대학에 들어갔고, 살은 빠지지 않았다. 이유는 몰랐다. 수원에서 서울로 하루 3-4시간이상씩 통학하느라 힘들었는데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첫 회사를 들어갔다. 대학교때보다 더 많이 쪘다. 항상 맛있는 곳에서 회식을 하였고, 나는 더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나중에 내가 왜 살이 빠지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많이 먹어서였다.


첫 회사에 다닐 무렵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동창 식당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처음 만난 남자 동창중에 한명이 내가 고기 먹는 걸 보고, 여자가 이렇게 많이 먹는 건 처음 봤다고 한 말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말은 기분나빴지만,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 내가 많이 먹는 구나...


이건 순전히 부모님 덕분이다. 아버지는 항상 장군밥을 드셨는데 엄청 큰 밥그릇에 밥을 소복히 넣으면 그걸 두세그릇은 거뜬히 드셨다. 엄마도 음식을 항상 엄청 맛있게 많이 드셨다. 우리 가족은 아침을 못 먹으면 정말 굶어 죽는 줄 알았다. 얼마전에 엄마랑 전화 통화를 하는데, 초등학교때 엄마가 늦잠을 잤는데 밥이 없어서, 아빠가 밥이 다 되고 우리가 밥을 먹을 때까지 학교에 못가게 하셨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셨다.


내가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다이어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운동을 하려고해도, 항상 먹는 것에 대한 유혹은 참을 수가 없었다.


서론이 좀 길었다.


암튼, 나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도 많이 먹었고, 살은 빠질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에 이상이 왔다. 식구들이 말레이시아 페낭에 왔을 때 쯤나는 인생몸무게를 찍었는데 (임신때 제외), 어느 날 부터인가 오른쪽 옆구리가 너무 쑤시고 아팠다. 아팠다가 안아팠다가 그랬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과민성대장증후군? 그런것같았다. 그 당시 한국팀 대표로 시스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조인을 했었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건강하지 않은 몸이 보내는 신호인것같았다.


그래서 인도사람이 운영하는 클리닉에 갔는데, 나더러 맹장이란다. 얼른 한국으로 가는 표를 구하고 휴가를 냈다. 말레이시아에서 맹장수술을 할 수는 없다.


한국으로 가서 종합검진도 받고, 대장내시경도 했지만 (대장내시강 받다가 수면 마취에서 깬 경험...) 이상이 전혀 없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자체 진단했다. 스트레스와 찐 살. 그것이 이 통증의 원인.


아는 지인으로부터 살 빼는 약을 지어주는 한의원을 소개받고 예약해서 갔다. 나더러 몇킬로를 빼고싶냐고 물었다. 음.. 5킬로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장난하냐고 하면서, 결혼하려면 10킬로를 빼야한다고 했다. 과연 가능할까? 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과일, 커피는 절대 먹지 말고, 이 한약을 먹는 2주일 동안은 몸에 독소를 빼는 기간이니 밥은 금지, 끼니는 미역국으로 먹을 것. 이라는 법칙을 세워주셨다. 그리고 운동은 필수. 말레이시아페낭으로 돌아가서부터 나의 혹독한 죽음의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정말 2주동안 밥을 한끼도 안먹고 미역국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오면 페낭힐 등반을 매일 했다. 페낭힐 등산을 다녀와서 30분이상 씩 꼭 스트레칭을 했다.



아니, 한약 안먹어도 이정도로 하면 누구나 살이 다 빠지지 않나? 싶었다.

한약을 아침점심저녁으로 먹고, 미역국만 먹은지 2주일동안 6킬로가 빠졌다. 주변에는 내가 다이어트 한다는 걸 다 알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말레이시아의 똥까알리 커피는 다른 직장동료가 타오면 향기만 맡고 말았다. 그 당시 같이 살던 사촌 남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누나, 힘들어보여요..."라고 나를 정말 불쌍히 여겼다. 그렇게 다이어트해서 살이 빠진 나를 보고 직장동료들이 미역국 다이어트라고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미역국을 소량을 먹는게 아니라 대량을 먹는 것을 보고, 그렇게 먹으면 안빠진다고 말해준적도 있다. (한약을 먹었던 건 아무도 모름 ㅋㅋㅋ)


그 혹독한 다이어트는 계속 되었고, 6개월동안 8킬로를 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걷는 운동, 스트레칭은 습관으로 자리잡아서 그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하루도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찜찜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10킬로를 감량하게 되었는데, 그때 말랐다는 말을 처음 듣고 신기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몇개월 후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그때 지역동호회 모임에 가입을 해서 맨날 술을 마시고 다녔다. 회사 끝나면 술과 안주를 엄청 먹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 자리 끝에는 감자탕과 함께했다. 그렇게 해서 10킬로가 원상복구 되진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찐 살들은 빼는게 넘 힘들었다. 매일 등산을 하고 소식을 해도 한달동안 0.1킬로도 안빠졌었다.


요즘은 약간 다이어트에 관대하다. 그렇게 혹독하게 다이어트 해 본 경험이 있고, 다시 맘만 먹으면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꺼라는 마음 때문일것이다. 요즘 너무 운동을 안하는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말레이시아 페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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