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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32화) 싱가폴에서의 삶이란

싱가폴에서의 삶이란

by 꿈꾸는 유목민


함께 살고 있는 하우스메이트들과는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다만 항공사에서 일했던 싱가폴 여자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잘 해 주었던 것같다. 그 집은 두 개의 화장실이 있었는데 하나는 마스터룸에 포함된 화장실이고 하나는 나머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문이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거실에 있고, 하나는 남미커플들이 살고 있는 방과 연결되어있었다. 공용화장실인 만큼 그 남미커플들도 거실로 통하는 문을 사용해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거나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벌컥벌컥 자기네들 방에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올때가 있다. 몇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화장실을 편하게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몸에 이상이 생겼다. 상당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누구의 친구들인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는데, 그게 평일 밤이었다. 나는 다음날 회사에 가야하는데 밤 늦게까지 거실에서 떠들고 웃고 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급기야는 나가서 시간이 늦었으니 제발 조용해달라고 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런일들이 몇번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집은 잠만 자기 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싱가폴의 삶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싱가폴은 돈이 많거나, 주재원으로 오거나, 출장이나 여행으로 오면 아주 천국인 나라이지만, 그 나라사람들이 받는 월급만큼 받고 살아나가야 한다면, 지옥일 수가 있는 나라였다. 실제로 싱가폴에서 가정부를 많이 하는 미얀마나 필리핀 여성들의 생활수준은 가혹할 정도였고, 아침에 출근하다보면, 다른 나라에서 온 인부들이 오밀조밀하게 뒤가 뚫린 트럭에 위험하게 앉아서 공사장으로 출근을 한다.


물론 싱가폴에서의 삶이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살았던 언니의 일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그가 한 요리를 먹으며 밤을 새며 이야기하기도 했고, 그 언니와 주말이 되면 재즈바도 가고, 관광객이 되어서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내 생일에는 나 혼자 베토벤 피아노 독주회에 가서 음악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이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든 나는 싱가폴에서의 생활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고민이 되었다.


2개월 조금 더 지났을까? msn 메신저를 하는데 오랫만에 이야기하는 지인이 나에게 지금 무슨일을 하고 있냐며,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게 나한테 정말 잘 맞을 것같다고 추천을 하겠다고 했다. 들어보니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면서 원해왔던 일 (본사에서 해외 거점에 가나서 시스템을 적용시키고 그곳의 시스템 유저들을 교육시키는)이었다. 그래서 당장 그 회사의 사장님과 연결이 되었고 나는 전화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결과는? 이번에도 그냥 합격. 역시 취업은 지인찬스가 최고다.


고민하고 있었던 차라 바로 메니저에게 이야기하고, 집에 있는 방은 게시판에 올려서 다음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회사는 3개월안에 그만둘시 계약서상 한달치 월급을 뱉어내야 했기에, 3개월째 월급은 받지 않았다. (아닌가, 1달월급을 뱉어냈나...)


신변정리 중 하나로, 나는 그 좁은 방에 있는 책들을 싱가폴에서 알게 된 한국 여성분에게 전해주고 갔다. 그 분도 책을 참 많이 읽으시는 분이었다. 조금 더 있었으면 아마 더 친해졌을 것같은데 아쉽긴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신기한게 2년전인가 아이에게 노부영(노래부르며배우는 영어) 전집을 사주고 노부영까페에 가입했었는데 까페에 글을 올리고 나니, 아는 아이디라며 누군가가 아는척을 했다. 바로 싱가폴에서 마지막에 만나 책을 전해주었던 그 언니이시다. 본인도 딸때문에 가입하고 까페에 글을 올리고 있었던 거다. 그분은 싱가폴에서 계속 사실 줄 알았는데, 한국에 오셔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고 계셨다니 신기했다.


어쨌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바로 일을 시작하였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이모네 얹혀살 수 있음을 감사해했다.

나는 한국에 돌아온 후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하다가 독일프로젝트 3개월 (영국이동 1개월)을 거쳐, 싱가폴을 떠나온 지 1년만에 다시 싱가폴에 출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는 3개월동안 보트키 끝쪽으로 있는 호텔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그때는 1년전의 기억때문인지 싱가폴에 대한 안경을 벗고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싱가폴은 깨끗했고, 밤새 빛났다. 그냥 나의 마음이 지옥이었다가 천국이 된 것이다.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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