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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세계여행 34화) 독일 3개월의 추억

by 꿈꾸는 유목민


프로젝트는 상당히 크게 벌인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의 법인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일이었기에 한꺼번에 적용하지 못하고, 대륙별로 나눠서 했다. 일단 중국은 내가 입사 전에 사전 적용을 완료했고, 나는 OJT와 함께 국내 적용에 참여를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해외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3개월 간의 프로젝트는 독일팀, 영국팀으로 나뉘어졌는데, 영국이 메인이었다. 영국에는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이태리등 까다로운 국가들이 모인 곳이었고, 독일에는 그 나머지 유럽국가들, 헝가리,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등이 있었다. 나의 담당은 헝가리, 스웨덴 정도였다.


한국의 출장자들 약 100명 가량이 두개의 호텔에 나눠져 있었고, 우리는 3개월동안 함께 생활하고 함께 먹고, 버스 몇대로 함께 출근을 했다. 호텔은 브랜치 호텔은 아니었고, 그 지역의 작은 호텔이었는데 한식이 아침, 저녁으로 제공되었다. 그것도 아주 질 좋은 음식들이었고, 특히 저녁은 한정식과 함께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이었다. 우리는 물론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호텔로 가서 일을 해야했기에 그런 호사는 금요일밤이나 가능했었다. 점심은 회사 바로 앞에 독일 현지식을 먹거나 10분정도 걸어가면 한식당이 있었는데 거기서 먹고 달아놓기만하면 회사가 지불하는 그런 구조였다.


언젠가 한번은 점심시간에 그 한식당에 가서 라면을 먹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조선족 아주머니가 서빙을 보고 계셨다. 우리 테이블에서 뭐가 반찬을 더 요구하려고 "사장님!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했는데, 조선족 아주머니께서 "저 사장님 아닌데요, 사장님 불러드릴까요?" 라고 해서 함께 점심먹던 사람들이 모두 다 빵터졌던 기억이 있다. 이모님이라고 불렀으면, 더 이상할뻔했다.


어쨌든, 정말 환상적인 출장이었다. 빨래도 하루 3-4개씩 맡겨놓으면 이틀후면 다림질까지 깔끔하게 다 해서 방에다 가져놓고, 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씩 깨끗하게 방청소도 다 해주었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한식으로 든든하게 먹을 수 있고, 술도 무제한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만 열심히 하라는 의미도 있어서 우리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보냈다. 우리 부서에서는 나 포함 3명이 파견을 나왔는데, 한명이 중국프로젝트의 경험이 있어서 리더를 맡았고, 나머지 한명은 IT, 나는 경험없는 초자, 이렇게 세명의 여자였다. 우리는 미녀 삼총사라며 나름대로 우리 자체로 별명을 지었다. (실은 술꾼 삼총사다 ㅋㅋㅋㅋㅋ)


우리는 셋 다 거의 처음이라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여유없이, 주말도 없이 일을 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 다른 팀을 보니까 주말에 독일 가까운 곳에 여기저기 여행도 몰래몰래 다닌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름다운 시기에 주말에 그렇게 1박2일로 여행을 자주 다녔으면 안구정화도 되고 좋았을텐데 나는 너무 일만 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프로젝트는 성공시키고 싶고, 그러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도 주말마다 술은 열심히 먹었다)


어느 날 우리 셋은 그래도 유럽에 왔으니 어디라도 여행해야겠다며, 영국에 있는 부서원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기로했다. 독일에서 TGV가 있어서 프랑스까지 금방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오기로 한 직원이 파리를 몇번 가봤기 때문에 (나도 가봤지만 다 까먹었다... ) 숙소도 예약했고, 우리는 그 직원만 믿고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그냥 출발하였다. 그런데!!! 영국에서 그날 파업이 있어서 그 직원은 결국에는 열차를 못탔고, 프랑스 파리에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셋만 남겨졌다. 우리는 결국 에펠탑의 야경만 열심히 봤다. 다음날은 샹젤리제 거리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셋이 와인한병을 깠다. 그 와인은 너무 맛있었다. 1년 후에 싱가폴에서 같은 와인을 발견하고 너무 기뻐 구입해 마셨지만, 그 당시의 향과 맛이 나지 않았다. 오전 와인을 마시고 너무 즐거워서 이런게 바로 여행이라며 즐거워했지만, 이내 다리가 풀려서 힘들었고, 성당에 들어가 앉아서 기도하는 척 엎드려 자면서 시간도 떼웠다. 그리고 TGV를 타고 밤 늦게 독일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2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4월쯤에는 유채꽃이 너무 아름답고 광활하게 펼쳐진 독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난 그 이후에도 3-4월쯤에 유럽에 갈 기회가 좀 많았는데 그 때의 유럽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나라 제주도 유채꽃밭은 너무도 작고, 그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기위해선 돈까지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유럽의 유채꽃밭은 차원이 다르다.


독일에서는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만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렇게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는 독일에서 프로젝트 오픈을 하고, 영국에 모여서 3주간 마지막 결산을 하기로 했다.


꿈꾸는 유목민

세계여행의 기록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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